여류 감독인 노라 에프론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1993년)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송가다. 내용은 우연히 라디오에서 상처한 남자의 사랑을 들은 여인이 운명적으로 이끌리며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이야기다. 동쪽의 끝인 볼티모어와 서쪽의 끝인 시애틀에 사는 연인들을 통해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다면 거리쯤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점을 역설한다. 현실성을 강조하는 서양 영화답지 않게 운명을 쫓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물론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은 자연스럽지 않다. 서로 생각과 행동이 엇갈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연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완전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판타지다. 하지만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나 당의정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