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소련 9

개의 심장

독특한 제목을 가진 블라디미르 보르트코 감독의 '개의 심장'(Sobachye Serdtse, 1988년)은 미하일 불가코프의 유명한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 소설은 구 소련 체제에서 탄압을 받아 50여년 동안 제대로 출판이 되지 않았다. 이유는 당시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를 은근히 비꼬고 풍자했다는 것. 특히 구 소련 당국은 스탈린에 대한 모독이 들어 있다고 봤다. 아닌게 아니라 누가 봐도 이 작품은 구 소련 체제에 대한 조롱이 여기 저기 들어 있다. 작가는 이를 SF적이면서 블랙 유머를 섞은 내용으로 교묘하게 풀어 냈다. 내용은 떠돌이 개가 사람의 뇌와 생식기를 수술로 이식받고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외모로 변한 뒤 두 발로 걷고 말도 하게 된 개는 곧 당의 공식적인 자리를 얻어 공..

스탈린그라드 (블루레이)

어떻게 표현해도 비극적일 수 밖에 없는 소재가 있다. 제 2 차 세계대전 때 독·소 격전지였던 스탈린그라드가 그런 소재다. 모든 전쟁이 비극일 수 밖에 없지만, 스탈린그라드는 특히 군인, 민간인 가리지 않고 유례없이 많은 사상자를 내서 더 비극적이다. 히틀러는 제 2 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뒤 1941년 6월 불가침조약을 맺은 당시 소련을 느닷없이 침공했다. 비운의 전장 스탈린그라드 초반에는 나치 독일이 승승장구했으나 첫 번째 겨울을 맞으면서 끔찍한 동장군과 진흙탕에 갇혀 예봉이 꺾었다. 이에 히틀러는 소련의 에너지원인 카프카스 유전지대를 노리고 병력을 집중했다. 폰 클라이스트 대장이 이끄는 독일 제 1 기갑군은 장기인 전격전을 발휘해 파죽지세로 치고 나가 마이코프 유전지대를 점령했다. 여기서 오만해진 히..

인간의 운명

러시아의 거장 세르게이 본다르추크 감독이 만든 '인간의 운명'(Sudba Cheloveka, 1959년)은 묵직한 제목 만큼이나 선이 굵은 영화다. 원작은 '고요한 돈강'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문호 미하일 숄로호프의 동명 중편 소설. 그야말로 거장과 거장이 영상으로 만난 작품이다. 내용은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살던 러시아 남성이 제 2 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참전했다가 집안이 풍비박산나는 얘기다.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혀 비참한 생활을 하는 동안 아내와 딸은 독일군의 폭격으로 죽고, 하나 남은 아들마저 포병 장교로 근무하던 중 전사한다. 힘들게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온 주인공은 하루 아침에 삶의 희망을 모두 잃어버린 셈이다. 그러던 중 전쟁통에 고아가 된 어린 소년을 발견하고, 어떻게든..

파업

예전 대학 시절 학교에서 '파업 전야'라는 16미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장산곶매라는 영화집단이 만든 작품이었는데,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공장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으키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학교에서 본 이유는 당시 정권에서 극장 상영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가를 돌며 상영을 했고, 경찰은 이를 막으려고 최루탄을 뿌리며 생난리를 떨었다. 당시 극장에서 봤던 상업영화들과 달라 꽤 충격적이었는데, 영화를 함께 지켜 본 주연배우 홍석연에게 싸인까지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작품에서 받은 인상이 하도 강렬해서 싸인을 해준 홍석연을 지금도 기억하는데, 그는 이후에 영화 '친구' '넘버3' '도가니' 등 여러 편의 상업영화에 단역으로 나왔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무성영화 '파업'(St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