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스티브 맥퀸 14

니드 포 스피드 (블루레이)

스캇 워 감독의 '니드 포 스피드'(Need for Speed, 2014년)는 게임의 후광을 등에 업은 영화다. 1994년 PC용으로 처음 나온 동명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인 '그란투리스모'와 더불어 자동차 게임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예전 도스 시절 '문라잇 매드니스'와 더불어 속도감을 만끽할 수 있는 몇 안되는 PC게임이었다. 이 게임의 묘미는 경주에서 이기면 보상으로 새로운 자동차를 받을 수 있고, 경찰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통해 아드레날린 지수를 마구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쉽게 타보기 힘든 어마어마한 가격의 슈퍼카를 가상 공간에서나마 마음껏 몰아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는 게임의 이 같은 묘미를 그대로 가져왔다. 코닉세그 아제라, 포드 머스탱, 부가티,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 슈퍼카..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The Thomas Crown Affair, 1968년)하면 피어스 브로스넌과 르네 루소가 나온 1999년 작품을 떠올릴 수 있으나 원작은 스티브 맥퀸과 페이 더너웨이가 출연한 1968년 작품이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리메이크작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원작이 재미와 작품성 면에서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원작은 백만장자가 재미삼아 은행을 털고 이를 보험회사의 여성조사원이 뒤쫓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로맨스와 미스테리를 적절히 섞어 만들었다. 이야기 자체도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스티브 맥퀸이다. '킹 오브 쿨'로 불렸던 맥퀸은 이 작품에서 쫓기는 순간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으면서 여심을 송두리째 흔드는 최고로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속 토마스 크..

대탈주 (블루레이)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4년 3월 24일, 독일 자간에 있던 연합군 포로수용소에서 무려 76명의 포로들이 집단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위해 슈탈라크 루프트3, 즉 독일 공군이 관리하는 제3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연합군 공군 포로들은 1년이 넘게 땅굴을 팠다. 사건을 보고 받은 아돌프 히틀러는 대단히 분노해 독일군 및 비밀경찰인 게슈타포까지 총동원해 전국을 이 잡듯 뒤졌다. 결국 일주일 동안 도망 다니던 포로들은 대부분 잡혔고, 단 3명만 자유를 찾는 데 성공했다. 비극은 그 뒤에 일어났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히틀러는 다시 잡은 포로들의 절반 이상을 죽이라고 지시했고, 게슈타포들은 2,3명씩 나눠 이송하던 중 50명을 몰래 사살했다. 포로들이 탈출 당시 군복을 개조해 만든 민..

빠삐용 (블루레이)

프랑스령 기아나.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곳이지만 IT 분야를 담당하는 일부 기자들 사이에선 익숙한 곳이다. 남미의 오지인 이곳에서 KT가 무궁화 위성을 몇 차례 쏘아올렸기 때문이다. 적도선상에 위치한 이 곳이 정지궤도에 가장 근접해 위성을 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지금도 프랑스가 식민지로 관리하는 이 곳에 1850~1950년대까지 끔찍한 감옥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중죄를 저지른 죄수들을 이 곳으로 유배보내 중노동을 시켰고, 많은 사람들이 혹독한 노동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죽어갔다. 이와 관련해 유명한 두 사람이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드레퓌스 사건의 주인공인 드레퓌스와 '빠삐용'으로 알려진 앙리 샤리에르다. 프랑스 포병대위였던 드레퓌스는 독일에 정보를 팔아넘겼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

신시내티 키드

스티브 맥퀸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상살이 모든 것이 녹아있는 듯한 표정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다면적이다. 때로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리는 낙관과 절해고도에서 맞닥뜨린 깊은 우울 및 절망, 그리고 인생의 씁쓸함과 고독한 영웅의 강인함까지 그의 얼굴에는 모두 녹아 있다. 같은 이유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같은 배우들도 좋아한다. 스티브 맥퀸의 표정 연기가 제대로 녹아 있는 명작이 바로 '신시내티 키드'(The Cincinnati Kid, 1965년)이다. 그가 출연한 '대탈주'나 '황야의 7인' '게터웨이' 같은 액션물이나 '타워링' '빠삐용' 등의 대작은 아니지만 최고의 도박사들이 벌이는 숨막히는 승부의 세계를 다뤘다. 이 작품의 묘미는 절제된 대사 속에 표정 하나로 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