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스티브 맥퀸 14

네바다 스미스

지금도 스티브 맥퀸의 죽음은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즐겨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암이었다. 혹자는 레이싱을 즐겼던 그가 석면으로 채운 옷을 자주 입어 폐암에 걸렸다고 했고, 누구는 1950년대 미국이 핵실험을 한 사막에서 서부극을 촬영한 탓이라고 했다. 어쨌든 영원한 '빠삐용'인 그는 1980년, 한창 나이인 50세때 멕시코에서 세상을 떴다. 워낙 좋아했던 배우여서 지금도 그가 나오는 영화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헨리 해서웨이 감독의 '네바다 스미스'(Nevada Smith, 1966년)는 그의 힘들었던 인생을 닮은 서부극이다. 주인공 맥스(스티브 맥퀸)가 부모를 잔혹하게 죽인 악당 3인조를 없애기 위해 집요한 복수를 펼치는 내용. 스티브 맥퀸은 워낙..

스티브 맥퀸의 르망

영원한 '빠삐용' 스티브 맥퀸의 꿈은 카레이서였다. 배우가 된 뒤에도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모는 것을 즐겼고, 실제로 경주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기도 했다. 영화 '대탈주'에서 오토바이로 철조망을 뛰어넘고, '블리트'에서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누비며 자동차 추격전을 벌인 장면이 모두 그의 솜씨다. 그토록 스피드에 미쳤던 맥퀸의 열정이 모두 녹아든 작품이 바로 리 캇진 감독의 '르 망'(Le Mans, 1971년)이다. 이 작품은 매년 6월이면 프랑스 르망에서 열리는 르망 24 자동차 경주대회를 다룬 작품이다. 르망 24는 24시간 동안 자동차를 달려야 하는 장거리 시합이다. 스티브 맥퀸은 카레이서로 출연해 포르쉐 917 스포츠카를 운전한다. 연기 뿐 아니라 스턴트맨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릴 정도로 대부분의 운..

이소룡의 삶과 죽음

[ 용띠 해에 태어난 병약한 소년 ] 이소룡은 용띠 해인 1940년 11월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병원에서 경극 배우인 이해천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이진번, 이를 미국 간호사가 영문 출생 신고서에 브루스라는 이름으로 적었다. 그렇게 전설의 스타 브루스 리가 탄생했다. 소룡이라는 예명은 나중에 누이동생이 붙여줬다. 이소룡은 어려서 병약하고 비쩍 마른 아이였다. 심지어 몽유병도 있었고,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다가 근시가 돼 6세때부터 안경을 썼다. 그가 태어난 이듬해 가족은 홍콩으로 옮겼고, 어려서부터 끼가 다분했던 그는 아버지를 따라 다니다 24편의 영화에 아역으로 출연했다. 명문 사립중학교 시절에는 불량 서클을 만들어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퇴학을 당하기도 했다. 12세때, 그는 ..

메모장 2010.12.23

블리트 (SE)

할리우드 배우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1980년에 세상을 떠난 스티브 맥퀸이다. 이유는 그의 얼굴 때문이다. 꽃미남과는 거리가 먼 주름진 그의 얼굴은 세상살이의 험난함이 배어있다. 그러면서도 얼굴 가득 여유와 달관의 낙천적인 기운이 흐른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 위기 상황이 펼쳐져도 그라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긴다. '황야의 7인' '대탈주' '게터웨이' '타워링' '빠삐용' 등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대부분 그랬다. 바로 그 고단함과 여유가 혼재한 얼굴이 좋아서 세상을 떠난 지 26년이 흘렀어도 아직도 그를 놓지 못한다. 중학생이었던 80년,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 당시 DJ를 본 배우 강수연이 그의 죽음을 알리던 멘트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 채 엇그제 일처럼 느껴진다. 피터 예이츠 감독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