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신하균 13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2005년)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어 복수 3부작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유괴범의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여인(이영애)이 출소 후 원래 범인(최민식)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의 이 작품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흔치 않은 소재와 충격적 영상들로 점철돼 있다. 박 감독의 복수 3부작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갈등의 극단적 충돌과 폭발이다. 주인공들은 보통의 경우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복수극을 펼친다. 물론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갈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킨 부분도 있지만 박 감독은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부각시킨다. 이 같은 방법은 영상 표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 작품 속 이영애의 모습. 금자의 회상 속에 등장하는 ..

우리 형 (SE)

안권태 감독의 데뷔작 '우리 형'을 2004년 9월 20일 서울극장에서 열린 기자 시사회에서 처음 봤다. 이 작품은 원빈을 위한 영화다. 제목은 '우리 형'이지만 원빈이 연기한 동생 종현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단순히 동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 원빈의 연기가 두드러졌다. 원빈은 '친구'의 장동건처럼 놀라울 만큼 변했다. 불량끼 가득한 동생 역을 맡은 원빈은 진한 부산 사투리로 욕설을 내뱉으며 건들거리고 주먹 쓰는 연기를 그럴듯하게 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보여준 모습과 너무 달라 조용한 성격의 형 성현을 연기한 신하균보다 튀어 보일 수밖에 없다. 종현네 가족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콤플렉스의 집합체다. 장남에 대한 홀어머니의 지나친 기대와 이를 감당해야 하는 장남의 부담, ..

복수는 나의 것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년)은 하드 보일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영화다. 하드 보일드라는 말은 작가 더쉴 해미트의 추리 소설 이후 오랜만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본 사람들은 이 작품을 보고 많이 놀랐겠지만, 류승완 감독 말마따나 박찬욱의 본령이 바로 이 작품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올드보이'를 봐도 그렇고, 그는 잔혹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주가 있다. 장기 밀매단에게 사기를 당한 청년(신하균)과 그에게 아이를 유괴당한 아버지(송강호), 아이 아버지에게 고문을 당하고 죽은 여자(배두나) 패거리의 3가지 복수가 맞물린 이 작품은 공포영화처럼 참혹하고 잔인하다. 복수에 불타는 사람들이 피구덩이 속에서 차례로 죽어가는 모습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을 연상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