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실화 37

레전드 (블루레이)

브라이언 헬겔랜드 감독의 '레전드'(Legend, 2015년)는 재미나 영화적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이면에 숨어있는 사건의 진실이 관심을 끄는 영화다. 이 영화는 실화다. 1960년대 영국에서 전설적인 갱이었던 크레이 형제의 이야기를 다뤘다. 쌍둥이인 레지 크레이와 로니 크레이 형제는 특이하게도 1960년대 더 펌(the firm)이라는 회사를 차려 기업형 범죄를 저지른 갱들이다. 이들은 처음에 뒷골목에서 돈이나 갈취하는 폭력배로 출발했지만 곧 이재에 밝은 레슬리 페인이 합류하면서 클럽들을 인수해 상류층까지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프랭크 시나트라, 주디 갈란드, 바바라 윈저 등 연예인 및 유명 국회의원 등 상류층까지 사로잡으며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조직범죄를 저질렀다. 연예인들에게 경..

인터내셔널 (블루레이)

톰 티크베어 감독의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 2009년)은 잘 만든 스릴러다.이 작품은 테러리스트나 반정부단체 등에 무기 밀매를 알선해 주거나 돈세탁, 불법 자금을 대출해 주고 돈을 버는 다국적 은행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은행이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싶은데 놀랍게도 실화다.실제 내용을 약간씩 바꾸고 액션을 가미했지만 기본 소재는 1991년 발생한 국제신용상업은행(BCCI) 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파키스탄의 금융가 아베디가 세운 BCCI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 지점을 두고 금융거래를 했다.이들은 정상적인 금융 거래 외에 독재자들에게 자금 세탁을 해주거나 반정부단체, 테러리스트들의 무기 밀매를 알선해 주고 돈을 벌었다. 북한이 시리아에 판매한 스커드 미사일,..

위대한 쇼맨: 블루레이

미국의 유명한 공연가인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T. 바넘)은 공과에 대한 논란이 많은 인물이다.19세기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이자 근대 서커서의 아버지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사기꾼이라는 오명도 따라붙는다. 바넘은 돈벌이를 위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볼거리를 구상했다.그것이 바로 기형아, 괴물 같은 외모 등 희한한 모양새의 사람이나 동물을 전시하는 프릭쇼였다. 피지섬의 인어, 늑대 소년, 거인족과 난쟁이, 수염 난 여성 등이 그가 내세운 볼거리였다.문제는 대부분이 조작한 가짜였다는 점이다. 원숭이 사체에 연어를 이어 붙여 인어라고 속였고, 4세 꼬마에게 어른들의 말투를 가르쳐 22세 난쟁이 청년이라고 선전했다.또 80세 노파를 171세라고 홍보하면서 치아를 뽑아 더 늙어 보이도록 만들었다. 뿐만 아니..

조디악 (감독판 블루레이)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조디악'(Zodiac, 2007년)은 미국판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다. 1960~70년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들의 이야기다. 살인의 추억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극적인 이야기를 추가해 만들었다면, 핀처 감독의 '조디악'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만큼 사실에 집착했다. 그만큼 이야기는 진중하며 무겁다. 다만 두 작품 모두 누구인지 모르는 범인에 대한 추측으로 영웅시하거나 극적 과장을 하지 않는 대신 희생자와 추적자들에게 집중해 범죄의 심각성과 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를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범인의 잔혹한 범죄 행각이 희생자뿐 아니라 이 사건에 얽힌 많은 사람들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살인의 추억에서도..

머니볼 (블루레이)

머니볼이란 적은 비용을 들여 높은 효율을 올리는 경영기법을 말한다. 한마디로 저비용 고효율을 의미하는 경영학 용어 같은 이 말의 원래 미국 프로야구(MLB)에서 나왔다. 만년 꼴찌팀이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팀을 효율적 선수 관리를 통해 미 프로야구 사상 흔치 않은 20연승 기록을 달성하며 위력적인 팀으로 바꿔놓은 빌리 빈 단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몸값 높은 홈런 타자보다 안타가 됐든 고의사구가 됐든 몸에 맞는 볼이 됐든 1루까지 나가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중점적으로 선발했다. 그 선수가 무명이든 신인이든 가리지 않았다. 이를 위해 그는 출루율을 도입했다. 그리고 야구 전문가가 아닌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신참이 뽑은 숫자를 경영진에게 들이댔다. 그때부터 빌리 빈 단장은 승리를 위해 무조건 몸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