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아오이 유우 9

양과자점 코안도르

후카가와 요시히로 감독의 '양과자점 코안도르'는 제목이 보여주듯 케이크가 주인공이다. 내용은 도쿄 제과점에 들어온 시골 소녀가 유명 파티쉐가 되기 위해 동분서주 노력하는 얘기지만 인물들보다 예쁘고 먹음직스런 케이크과 양과자들이 눈길을 끈다. 어찌나 과자를 맛있게 보이도록 찍었는 지 형형색색 다양한 케이크들을 눈으로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작 주인공인 아오이 유우보다 케이크가 더 빛난 듯. 상대적으로 이야기는 소박하다. 고학생처럼 됴코에서 혼자 생활하는 아가씨가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과정은 주변의 도움을 받고 의지로 극복하는 등 뻔할 수 밖에 없다. 누구나 예측 가능한 줄거리인 만큼 차라리 매니악하게 케이크 등 디저트 음식에 대한 소개를 좀 더 곁들여 전문성을 높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

철콘 근크리트

마이클 아리아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철콘 근크리트'(Tekkon Kinkreet, 2006년)를 보면 후루야 미노루의 만화 '두더지'가 떠오른다. 두 작품은 상당히 닮았다. '이나중 탁구부'를 그린 후루야 미노루의 걸작 '두더지'는 상당히 암울하다. 험한 세상 속에서 그저 보통 사람이 되기를 꿈꾸는 중학생의 고단한 삶을 다룬 이 작품은 더 할 수 없이 냉철한 사회 비판 교과서다. '철콘 근크리트'의 주인공들인 쿠로와 시로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단순하게 살아가는 두 소년에게 개발 논리에 묻혀 날로 변해가는 도시는 정글이다. 그 속에서 두 소년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수단은 폭력이다. 그러면서도 두 소년은 마음 속에서 꿈틀대는 선과 악의 대립에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세상에 대한 냉소적 논리로 가득찬 이 작품..

훌라걸스 (감독판)

재일동포 감독인 이상일이 만든 '훌라걸스'(Hula Girls, 2006년)는 여성판 '풀 몬티'다. 1960년대 에너지 파동으로 석유가 석탄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혼슈 지방 최대 탄광인 토키와에도 감원 바람이 몰아친다. 할 수 없이 토키와 탄광은 대안책으로 탄광 대신 온천을 개발해 하와이 풍의 리조트를 만들기로 하고, 리조트 최대의 볼거리로 여성 훌라춤 무용단을 결성키로 한다. 오로지 탄광만 고집하는 사람들과 무엇이든 새로운 일로 돌파구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충돌하면서 갖가지 에피소드를 만든다. '풀 몬티'와 흡사한 내용은 실제로 60년대 일본에서 있었던 실화다. 당시로서는 눈내리고 추운 북동지방에 하와이언 리조트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한 일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무도 생각못한 틈새시장을 개척해 성..

하나와 앨리스

이와이 슌지(岩井俊二) 감독의 최근작 '하나와 앨리스'(Hana & Alice, 2004년)는 가슴을 아련하게 만드는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감성이 잘 살아난 작품이다. 두 여고생이 한 남학생을 사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러브레터' '4월 이야기'처럼 명쾌한 결론 없이 일말의 여백을 남겨두고 끝난다. 원래는 일본 네슬레사가 초콜릿 브랜드 광고를 위해 이와이 슌지에게 의뢰한 단편 3부작을 장편으로 늘린 것. 이와이 슌지는 이 작품에서 감독, 각본은 물론이고 음악까지 맡아 훌륭한 재능을 과시했다. 이 작품을 보면 감성도 외모처럼 타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에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 DVD 특유의 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