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 중반, 토굴에 살던 아이들이 있었다. 머나먼 산골 이야기가 아니라 서울, 그것도 강동으로 분류되는 곳 얘기다. 믿기 힘든 얘기일 수 있지만 지금의 서울중앙병원 자리에 높다란 언덕이 있었고, 그 경사면에 굴을 파고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어두침침한 입구를 구부리고 내려 가면 흙바닥에 무언가 깔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같은 반 친구를 따라 가봤던 그들의 모습은 어린 마음에도 충격이었다. 하도 강렬해 몇 십년이 지났는데도 그 모습이 또렷이 기억나고, 아직도 코 끝에선 진한 흙냄새가 나는 것 같다. 코흘리개 시절이라 집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당시로서는 왜 그렇게 사는 지 의아했다. 그러니 맨날 웃통을 벗고 거의 반벌거숭이에 맨발로 다니던 아이의 모습이 생경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