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의 '바톤 핑크'(Barton Fink, 1991년)는 공간과 소리가 주는 긴장감이 일품인 영화다. 조엘 코엔이 감독하고 에단 코엔이 제작한 이 작품은 뉴욕에서 잘 나가는 극작가 바톤 핑크(존 터투로)가 할리우드에 초빙돼 영화 대본을 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성을 중시하는 핑크가 흥행을 앞세운 할리우드의 입맞에 맞춘다는 것은 처음부터 쉽지 않은 얘기다. 결국 날이면 날마다 파지만 만드는 핑크는 창작의 괴로움에 모기 소리에도 반응할 만큼 신경이 곤두선다. 특히 공간이 주는 긴장감은 압권이다. 핑크가 머무는 LA 호텔은 성채를 연상시키는 긴 복도와 수상한 옆방 손님, 알 수 없는 작은 소음들과 방에 걸린 해변의 여인 그림, 천천히 미끄러지듯 일어나는 벽지 등이 어우러져 주인공은 물론이고 관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