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에단 호크 13

로드 오브 워(블루레이)

앤드류 니콜 감독의 '로드 오브 워'(Lord of War, 2005년)는 베일에 가려진 국제 무기 밀매상들의 이야기다. 실제 무기 밀매상 5명을 만나서 그들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사실적인 묘사와 적절한 풍자, 유머를 섞어 실감나고 재미있게 그렸다. 특히 세계 최대의 무기 거래상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정치적인 대사들이 돋보인다. 적당히 유머러스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이런 대사들은 때로는 다큐멘터리식의 직접 화법보다 드라마로 구성한 간접화법이 더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볼링 포 콜럼바인'보다 더 재미있고 설득력 있다. 앤드류 니콜 감독은 '가타카'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으며 '트루먼쇼'의 제작과 각본을 담당했다. 모두 사람들의 진실된 삶을 돌아보게 만..

토탈 리콜 (블루레이, 리메이크작)

렌 와이즈먼 감독이 다시 만든 '토탈 리콜'(Total Recall, 2012년)이 폴 바호벤 감독의 오리지널 영화(http://wolfpack.tistory.com/entry/토탈-리콜-블루레이)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주인공이 화성에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화성에 찾아가 그곳에서 억눌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되찾아주는 내용은 어두운 미래의 지구에서 벌어지는 저항군과 빅 브라더같은 정부군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와이즈먼 감독이 무대를 바꾼 이유는 필립 K 딕의 원작 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역시 주인공이 화성에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원작이 그렇더라도 폴 바호벤의 오리지널 영화가 준 인상이 워낙 강렬해 달라진 공간이 어색하다. 오히려 폴 바호벤 감독이 시공간을 적절하게 바..

비포 미드나잇 (블루레이)

제시와 셀린느가 돌아 왔다. '비포 선셋' 이후 9년, '비포 선라이즈' (http://wolfpack.tistory.com/entry/비포-선라이즈-비포-선셋)이후 18년 만이다. 세월의 두께는 두 사람의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호리호리하고 가냘펐던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는 주름지고 배가 나왔으며, 결정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쌍둥이 자매가 태어났다. 그렇게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2013년)은 두 연인의 속절없는 세월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아니 영화 속 연인은 좀 더 현실적으로 돌아 왔다. 1편에서 사랑을 싹 틔우고, 2편에서 안타깝게 사랑을 보낸 그들은 3편에서 세월따라 변해버린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느덧 아이들이 뛰노는 중년이 ..

삼나무에 내리는 눈

스콧 힉스 감독의 '삼나무에 내리는 눈'(Snow Falling On Cedars, 1999년)은 미국의 아픈 역사에 메스를 들이 댄 영화다. 그것도 인디언 학살이나 노예제처럼 먼 옛날이 아닌 그리 얼마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 과거의 상처다. 이 영화는 미국이 미국 시민을 어떻게 다루었는 지 치부를 드러낸 작품이다. 어찌보면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기도 하다. 내용은 1950년대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주검이 발견되면서 마녀 사냥처럼 미국 시민권자인 일본인 젊은이가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 이야기다. 당시 미국은 일본을 상대로 제 2 차 세계대전을 치른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니 사실 여부를 떠나 일본인 피의자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리 없다. 오히려 일본계 젊은이는 적..

어썰트 13

장 프랑소와 리세(Jean-Francois Richet) 감독의 '어썰트 13'(Assault On Precinct 13, 2005년)은 '트레이닝데이'이후 오랜만에 에단 호크(Ethan Hawke)의 숨 가쁜 액션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이하드'처럼 요란하거나 긴장감 넘치지는 않지만 킬링타임용으로 충분한 액션물. 원작은 1976년 개봉한 존 카펜터(John Carpenter) 감독의 '분노의 13번가'. 카펜터 감독이 서부극 '리오 브라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이 작품을 '네고시에이터'의 대본을 쓴 제임스 드 모나코가 각색했다. 고립된 경찰서에 갇힌 소수의 경찰관들이 자신들을 포위한 악당들과 대결을 벌이는 내용은 원작과 똑같지만 범죄자들과 손을 잡고 부패 경찰들과 싸운다는 설정이 다르다. 초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