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에단 호크 13

트레이닝 데이

안톤 후쿠아(Antoine Fuqua) 감독의 '트레이닝 데이'(Training Day, 2001년)는 숨은 보석 같은 영화다. 미국 LA경찰 내 마약단속반 소속 경찰관의 하루를 다룬 이 작품은 더없이 진지하면서도 사악한 투캅스 얘기다. 훈장을 15번이나 탄 알론조(덴젤 워싱턴 Denzel Washington) 반장은 새로 배속된 신참 제이크(에단 호크 Ethan Hawke)와 순찰을 나선다. 과연 신참이 마약반에 적합한 인물인 지 알아보는 트레이닝 데이, 즉 신참의 훈련일이다. 잔뜩 기대를 하고 따라나선 제이크는 부패한 알론조의 모습에 혼란을 겪는다. 여기에 알론조는 한술 더 떠서 악마처럼 사악하기까지 하다. 제이크가 부패에 동조하려 하지 않자 그를 위험에 몰아넣을 궁리를 한다. 그때부터 제이크는 야망..

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셋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1995년)와 '비포 선셋'(Before Sunset, 2004년)은 9년 간격을 두고 제작됐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는 낯선 도시에서 하루를 보내며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사랑을 이어가지 못하고 헤어진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나 '비포 선셋'에서 우연히 재회한 연인은 다시금 과거의 사랑을 이어가지 못한 후회를 털어놓는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두 작품 모두 채 하루가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연인의 이야기를 긴 대사와 롱 테이크로 다뤘다. 요즘처럼 장면 전환이 빠른 영상에 익숙하면 지루할 수도 있으나 두 사람의 대사를 음미하다 보면 영화의 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의 호흡..

청춘스케치

민태원은 '청춘예찬'에서 청춘이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과 끓는 피 때문이다. 그만큼 꿈도 많고 할 일도 많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불안한 시기이기도 하다. 코미디언 벤 스틸러(Ben Stiller)가 감독한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 1994년)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을 수석 졸업한 레이나(위노나 라이더 Winona Ryder)는 방송국 인턴에서 해고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트로이(에단 호크 Ethan Hawke)는 기약 없는 밴드 생활에 목을 맨다. 새미(스티브 잔 Steve Zahn)는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비키(재닌 가로팔로 Janeane Garofalo)는 재미없는 의류매장에서 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