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위노나 라이더 8

에이리언4 (블루레이)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만든 '에이리언4'(Alien: Resurrection, 1997년)는 돌연변이 같은 영화다. 시리즈 가운데 에이리언의 특성에서 가장 많이 이탈한 작품이다. 특이한 신체구조와 생존 방식으로 거의 무적의 생물체로 군림했던 에이리언은 사람과 이종교배되면서 사람도 아니요, 에이리언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가 돼버렸다. 여기에 사람의 지능과 감정을 갖고 인간과 교감하는 설정은 에이리언 고유의 독창성과 본류에서 어긋난다. 어찌보면 신선한 시도이지만 에이리언 1편에서 맛봤던 강렬한 충격이 씻겨지는 느낌이어서 실망스럽다. 이 같은 일탈은 아마도 4편까지 이어지며 할 만한 이야기는 거의 다 털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죽은 리플리까지 되살려낸 20세기폭스사는 급기야 감독마저 할리우드가 아닌 프랑스에서..

시몬

앤드류 니콜 감독은 항상 작품 속에서 인간성 상실을 꼬집는다. 시나리오를 쓴 '트루먼쇼'가 그랬고, 데뷔작인 '가타카'도 마찬가지였다. 이 작품들 속 주인공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들 때문에 희생되는 주인공들을 그렸다. '시몬'(Simone, 2002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스타에 미친 세상 때문에 컴퓨터로 만든 디지털 배우가 등장, 세상을 속이고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하는 촌극을 다뤘다. 결국 자신이 창조한 디지털 배우 시몬 때문에 되려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던 감독 빅터(알 파치노)는 급기야 컴퓨터에 들어있는 파일을 삭제하지만 되려 살인범으로 몰린다. 빅터가 아무리 시몬은 실존인물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이라고 해도 세상은 믿어주지 않는다. 그만큼 세상이 스타에 굶주려 왔던가. 앤드류 니콜 감독은 아이..

청춘스케치

민태원은 '청춘예찬'에서 청춘이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과 끓는 피 때문이다. 그만큼 꿈도 많고 할 일도 많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불안한 시기이기도 하다. 코미디언 벤 스틸러(Ben Stiller)가 감독한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 1994년)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을 수석 졸업한 레이나(위노나 라이더 Winona Ryder)는 방송국 인턴에서 해고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트로이(에단 호크 Ethan Hawke)는 기약 없는 밴드 생활에 목을 맨다. 새미(스티브 잔 Steve Zahn)는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비키(재닌 가로팔로 Janeane Garofalo)는 재미없는 의류매장에서 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