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국 감독의 데뷔작 '나의 결혼원정기'(2005년)를 처음 본 곳은 3월에 출장차 탔던 유럽행 비행기였다. 몇 가지 영화를 보기 위해 좌석에 연결된 AV시스템의 채널을 돌리던 중 이 작품을 하길래 우연히 보게 됐다. 아무 생각없이 봤지만 작품은 기대 이상이었다. 마흔이 가깝도록 결혼을 못한 시골 노총각들이 할 수 없이 머나먼 우즈베키스탄까지 가서 신부를 찾는 얘기를 코믹하면서도 가슴 찡하게 그렸다. 농촌 총각들이 여자들의 결혼 기피상대가 돼버려 우즈벡, 필리핀, 베트남 등으로 결혼원정을 떠나는 우리네 안타까운 현실을 제대로 짚은 메시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것은 작품의 리얼리티, 즉 현실감이다. 경상도 사투리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는 배우들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고, 실화를 토대로 감행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