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사람은 모두 유죄야." "경찰도 말인가요?" "물론이지." 프랑스가 낳은 위대한 느와르 감독 장 피에르 멜빌의 '암흑가의 세 사람'(Le Cercle Rouge, 1970년)에서 경찰서장이 수사관과 나누는 대화다. 믿음과 배신을 다룬 이 영화는 독특하다. 신뢰할 만한 집단인 경찰과 그렇지 못한 범죄자들에 대한 통념을 뒤바꿔 놓는다. 경찰은 범인 체포라는 목적을 위해 함정 수사를 펴고, 정보원을 협박하고 무고한 사람을 납치해 죽음의 위기로 내몬다. 악당들은 그렇지 않다. 엄청난 거금을 앞에 두고도 자기 몫을 양보하며 목숨을 걸고 동료를 구한다. 정의의 전복. 이처럼 사회집단에 대한 정의와 믿음이 통채로 뒤바뀌며 관객의 허를 찌른다. 이를 통해 멜빌은 비정한 사나이들의 세계와 그 속에서 싹트는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