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암흑가의 세 사람

울프팩 2013. 4. 1. 18:07

"이 세상 사람은 모두 유죄야." "경찰도 말인가요?"
"물론이지."

프랑스가 낳은 위대한 느와르 감독 장 피에르 멜빌의 '암흑가의 세 사람'(Le Cercle Rouge, 1970년)에서 경찰서장이 수사관과 나누는 대화다.
믿음과 배신을 다룬 이 영화는 독특하다.

신뢰할 만한 집단인 경찰과 그렇지 못한 범죄자들에 대한 통념을 뒤바꿔 놓는다.
경찰은 범인 체포라는 목적을 위해 함정 수사를 펴고, 정보원을 협박하고 무고한 사람을 납치해 죽음의 위기로 내몬다.

악당들은 그렇지 않다.
엄청난 거금을 앞에 두고도 자기 몫을 양보하며 목숨을 걸고 동료를 구한다.

정의의 전복.
이처럼 사회집단에 대한 정의와 믿음이 통채로 뒤바뀌며 관객의 허를 찌른다.

이를 통해 멜빌은 비정한 사나이들의 세계와 그 속에서 싹트는 의리를 스산한 분위기의 영상으로 묘사했다.
그 바람에 아름다운 낭만의 도시 파리는 온통 잿빛으로 물들고 어두운 음모의 그림자 아래 짓눌린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 작품에서도 멜빌 감독은 철저하게 여자들을 배제했다.
술집 무희나 여급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사 있는 여배우가 없다.

그 또한 멜빌 감독 답다.
훗날 오우삼, 쿠엔틴 타란티노, 박찬욱 등 여러 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친 감독의 개성이 강하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오래된 작품이어서 지글거림과 링잉이 보인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모노를 지원하며, 부록으로 감독의 작품세계, 인터뷰, 제작 과정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문제는 한글 자막의 배우 이름 표기가 엉망이다.
장 피에르 멜빌을 장 피에어 멜레비, 이브 몽탕은 야비스 몬텐드 식으로 표기해 완전 딴 사람을 만들어 버렸다.

심지어 영화 본편과 부록의 표기가 다르다.
아마도 영화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번역을 한 게 아닌가 싶다.

<DVD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브 몽탕, 지안 마리아 볼론테, 알랑 들롱이 보석상을 털기 위해 뭉친 3명의 사나이를 연기했다.
멜빌은 채플린처럼 자신의 스튜디오를 갖고 있었으나 1956년 화재로 일부가 소실돼 다시 만들었다.
멜빌은 영화 작업에서 대본을 가장 중시했고, 그 다음에 편집을 중요하게 여겼다.
프레임을 꽉 채운 당구대가 인상적이다. 멜빌 사진을 보면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그는 어둠을 좋아했다.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썼고, 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도록 창문을 차단했다.
멜빌은 밤을 워낙 좋아해 낮에는 아예 원고 작업을 하지 않았다.
미국을 동경한 멜빌은 미국 영화 '아스팔트 정글'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멜빌은 동물도 좋아해 집에서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웠고, 파충류 조차도 좋아했다.
멜빌은 그의 영화에 여자가 잘 나오지 않는 이유를 "여자의 감정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멜빌이 유독 경찰과 갱스터 이야기를 즐겨 다룬 이유는 "가장 익사이팅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워낙 독특했던 멜빌은 자신이 만든 영화를 잘 보지 않았고, 현장 보다는 후시 녹음을 좋아했다. 촬영도 충분한 리허설을 통해 한 번에 끝내는 것을 선호했다.
'황야의 무법자' 등에 악당으로 나온 탈주자 역할의 지안 마리아 볼론테는 멜빌 감독 및 알랑 들롱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볼론테도 개성이 강하다 보니 멜빌과 자주 말다툼을 벌였고, 며칠 동안 촬영 장에 나오지 않은 적도 있다.
볼론테는 자신이 예전에 사귀었던 마릴리 다크가 나중에 알랑 들롱과 사귀면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암흑가의 세사람 (2Disc)
알랑 들롱 출연/장 피에르 멜빌 감독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