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이 각본, 연출에 작곡까지 한 '파리의 여인'(A Woman of Paris, 1923년)에는 채플린이 나오지 않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딱 한 컷 지나가지만 아무도 채플린인 줄 모른다.
채플린은 기차역의 짐꾼으로 카메오처럼 나오는데, 그것도 고개를 숙이고 짐을 들고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봐도 알아보기 힘들다.
특이한 것은 이 작품이 코미디가 아니라 정통 멜로 드라마라는 점.
영화는 사랑했으나 운명의 장난으로 엇갈리게 되는 연인들의 슬픈 이야기를 다뤘다.
채플린이 이 작품을 만든 이유는 비평가들 때문이다.
몇 몇 비평가들이 무성영화는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비판하자, 채플린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그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소품 등을 통해 무성영화가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작정이었다.
여인이 무심코 연 서랍에서 남자의 옷가지가 떨어지며 두 사람의 관계를 암시하는 장면이나 여인들이 맛사지를 받으면 수다를 떨때 이를 경멸하듯 다른 곳을 쳐다보는 맛사지사의 미묘한 표정 변화 등이 실제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만큼 채플린은 연출에 섬세하게 공을 들였다.
재미있는 점은 이 작품이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채플린은 당시 페기 홉킨스 조이스라는 유명한 이혼녀를 알고 지냈는데, 페기는 백만장자 5명과 결혼 및 이혼을 거듭하며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페기는 프랑스 유명 출판업자의 정부가 되고 그 때문에 자살한 청년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채플린은 여기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구상했다.
채플린이 장기인 코미디에서 벗어난 정통 드라마로 승부를 건 이 영화는 그의 필모그라피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90년 된 작품치고는 무난한 화질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털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작품 해설과 삭제장면, '춘희'를 소재로 만든 중편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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