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준익 7

라디오스타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스타'(2006년)는 지난해 본 우리 영화 중에 가장 훌륭한 작품이었다. 마치 오래된 앨범을 들춘 것 처럼 보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다. 안성기, 박중훈의 훌륭한 연기와 더불어 1970, 80년대 잊혀진 노래들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유명 스타가 쇠락의 길을 걷다가 재기하고 그 속에서 성공보다 소중한 것이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생각해보면,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동은 결국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영화 보는 내내 라디오를 듣던 학창 시절이 떠올라 영화 속 이야기가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잊고 살았던 소중한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왕의 남자 (한정판)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년)를 DVD로 3번 봤다. 재미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1,200만명이 넘게 본 이유를 찾고 싶어서였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과 느낌이 다른 만큼 많이 봤다고 무조건 재미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절로 그렇게 됐다. '황산벌'과 '왕의 남자' 두 편만 보고 단정짓기에는 성급한 감이 있지만(현재까지 감독한 작품이 세 편 뿐이니 어쩔 수 없다) 이준익 감독의 작품세계는 깊이가 얕다. 줄거리 위주의 이야기 흐름과 말초적인 대사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그만큼 쉽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자극한다. 황당한 몸짓과 언어유희로 금방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개그콘서트'처럼 말이다. 대신 사회 구조와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인간 관계를 고찰하려는 진지한 자세는 없다. '왕의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