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잭 니콜슨 8

가족 음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1976년에 만든 '가족 음모'(Family Plot)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만들고 4년 뒤 만 80세 나이로 세상을 떴다. 빅터 캐닝의 소설 '레인버드 패턴'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아이러닉한 스릴러다. 돈 많은 귀부인이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줄 잃어버린 상속자를 찾는다. 하필 이 일을 심령술사인 척 사기를 치고 다니는 커플이 맡는다. 어렵게 단서를 찾아 상속자를 찾는데, 문제의 상속자는 경찰들이 쫓는 희대의 납치범이다. 여기서부터 일이 꼬인다. 납치범은 사기 커플을 위험한 추적자로 오해해 엄청난 재산을 안겨줄 그들을 죽이려 든다. 결국 영화는 두 가지 추격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물고 물리며 황당한 상황을 연출한다. 히치콕 감독은 세상 만사 속에 숨어든 허..

디파티드

유위강 감독의 '무간도'를 리메이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작품. 여기에 올해 열린 제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감독상을 선사하며 오랜 숙원을 풀어줘 더 화제가 됐다. 감독상 뿐만 아니라 작품, 각색, 편집상 등 4개 부문을 수상.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년)는 원작인 '무간도'와 닮았으면서도 다른 독특한 작품이다. 갱단이 경찰에 위장침투해 정보를 빼돌리고, 경찰이 갱단에 위장잠입해 비밀을 캐내는 기본 줄거리는 같다. 그러나 원작이 빠른 이야기 전개로 긴박감을 강조한 반면 리메이크작은 사람의 심리묘사에 치중했다. 그래서 리메이크작이 이야기가 더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닌게 아니라, 스콜세지 감독도 DVD에 실린 부록을 통해 "..

차이나타운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감독의 '차이나타운'(Chinatown, 1974년)은 한 편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더쉴 해미트와 챈들러를 뒤섞어 놓은 듯한 질감의 이야기, 필립 마로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 등은 영락없는 하드보일드다. 사건은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 어느 여인의 의뢰에서 시작된다. 사립탐정 제이크(잭 니콜슨 Jack Nicholson)는 사내의 뒤를 캐다가 뜻밖의 살인사건에 말려든다. 사건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뒤에 도사린 제2, 제3의 복선이 드러난다. 잭 니콜슨의 비정한 탐정 연기가 돋보였고 잘 짜인 이야기 덕분에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요즘 할리우드 작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묘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