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제 2차 세계대전 10

지옥의 영웅들 SE

새뮤얼 풀러 감독의 전쟁 영화 '지옥의 영웅들'(The Big Red One, 1980년)은 저주 받은 걸작이다. 풀러 감독은 제 2 차 세계대전 때 참전했던 경험을 살려 영화를 만들었으나, 제작자는 마구잡이로 난도질해 영화를 113분으로 줄여 놓았다. 풀러 감독은 다시 4시간짜리와 2시간짜리 편집본을 다시 제출했으나 제작사는 이마저도 거절했다. 결국 개봉 후 제작사인 로리마는 파산했고, 필름은 워너브라더스 창고로 직행했다. 이를 제작자 겸 평론가인 리차드 쉬클이 발견하고, 필름을 다시 편집해 50분이 늘어난 163분의 재편집본을 내놓았다. 비록 풀러 감독이 다시 편집한 것은 아니지만 2004년 칸영화제에서 공개된 재편집본은 뜨거운 환대를 받으며 풀러의 진정한 걸작으로 재평가 받았다. 풀러 감독은 우리에..

도라 도라 도라 (블루레이)

'도라 도라 도라'는 제 2 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이 미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한 뒤 성공을 알리는 신호였다. 1941년 12월7일, 일본은 6척의 항공모함과 350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진주만을 기습하면서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다. 당시 작전을 지휘한 연합함대 사령장관이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은 미 해군 항공모함 격멸을 목표로 진주만을 노렸으나 당시 미 항공모함들이 진주만에 머물지 않는 바람에 군함들만 격침시켰다. 나중에 미 항모가 건재한 사실을 알게 된 이소로쿠 제독은 "잠자는 거인을 깨웠다"는 유명한 말로 미국과의 전쟁이 힘든 싸움이 될 것을 예고했다. 그런 점에서 진주만 기습은 미국이나 일본 모두에 아픈 상처같은 역사다. 이를 20세기폭스사는 약 2시간 30분에 이르는 장대한 영화 '도라 도라 ..

수리부엉이 & 게릴라들

국내 번역 출간된 두 권의 만화 와 는 영화같은 작품들이다. 내용도 그렇고, 정교한 그림과 화려한 채색 등이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뛰어나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저항하는 인간들을 다뤘다는 점. 더불어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고, 성적인 부분도 주저없이 묘사했다. 그렇다고 포르노 수준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볼 만한 수준도 아니다. 그림과 이야기 등을 놓고 볼 때 소장가치가 충분한 만큼 그냥 묻히기에는 아까운 작품들이다. 얀 & 로맹 위고 / 길찾기 먼저 얀이 시나리오를 쓰고 로맹 위고가 그림과 채색을 맡은 는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독소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구 소련을 침공한 나치 독일의 전투기 조종사와 조국 방위전에 나선 구 소련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창공에서 대결을 펼치는 내용. 언뜻보면 단순 총질..

2012.03.30

퍼시픽 (블루레이)

23일 오후 2시반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해안포를 발사했다. 30분간 수십 발의 포탄이 떨어져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연평도의 모습은 전쟁터 같았다. 하루 종일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채, 한국이 종전이 아닌 휴전국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이 땅에선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전쟁. 다행히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6.25를 치른 부모님들의 말씀 만으로도 전쟁의 참상은 끔찍했다. 사실주의를 표방한 전쟁물들 또한 몸서리쳐지는 간접 체험을 제공한다. 미국 HBO의 10부작 TV시리즈 '퍼시픽'(The Pacific, 2010년)도 그런 작품이다. 톰 행크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손잡고 제작한 이 작품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후속작이자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55주년을 기념해 만든 역작이다. '밴드 ..

캬바레

1973년에 개최된 제 45 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쟁쟁한 작품들이 맞붙어 화제가 됐다. 설명이 필요없는 '대부', 뛰어난 재난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 위대한 찰리 채플린의 작품' 라임라이트', 그리고 뮤지컬 영화 '카바레'(Cabaret, 국내 개봉제목은 '캬바레')가 모두 72년에 개봉했다. 그 중 최고의 관심사는 작품, 감독, 남우주연,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대부'였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다. '대부'는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말론 브란도), 각색상(마리아 푸조) 등 3개 부문 수상에 그치고, '카바레'가 무려 8개 부문을 휩쓸었다. 라이자 미넬리의 연기가 워낙 뛰어난 만큼 여우주연상 수상은 당연한 것이고, 조엘 그레이가 '대부'의 알 파치노를 누르고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밥 포시 감독도 코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