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초창기 작품 '멋진 일요일'(1947년)은 제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은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다. 어느 가난한 연인의 일요일 한때 데이트를 다룬 이 작품을 보면 두 사람의 로맨스보다 뒷배경에 눈이 간다. 무너진 건물 투성이인 폐허, 꼬질꼬질한 거지소년, 다 쓰러져가는 판자촌과 암표상 등 요즘 도쿄와 비교하면 천양지차의 풍경이다. 실제로 제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은 비참했다. 한도 가즈토시가 쓴 책 를 보면 당시 모습이 생생히 기록돼 있는데, 도쿄에서도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전쟁 때 폭격으로 생산시설이 모두 파괴되는 바람에 미 군정은 식량통제법을 만들어 1949년까지 배급을 실시했다. 그러나 1인당 하루 300g의 배급량은 턱없이 부족해 당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