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훈 감독의 '고지전'(2011년)은 지난해 본 우리 개봉영화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전장의 긴박한 상황과 죽음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를 깔끔하면서도 공감이 가도록 잘 표현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전장에 나즈막히 깔리는 노래 한 자락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것도 한국전쟁 당시 히트한 고(故) 신세영의 '전선야곡'을 골라 병사들의 애절한 심경을 잘 드러냈다. '전선야곡'이 우리 영화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한국전쟁 초반 상황에 이 곡이 나오지만, 실제 이 곡은 1952년에 등장해 고증에서 어긋났다. 사실과 다르다보니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나왔는 지 조차 모를 만큼 존재감이 없는 반면, '고지전'에서는 노래가 주연 배우 못지 않은 무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