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SF 25

제 5 원소 (블루레이)

뤽 베송 감독의 SF영화 '제 5 원소'(The Fifth Element, 1997년)는 눈이 즐거운 영화다.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이기로 유명한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를 비롯해 프랑스 만화가 장 클로드 메지에르, 장 메비우스 기로가 작품 제작에 참여해 화려한 영상을 선보인다. 그만큼 화사한 색상과 다양한 볼거리로 눈을 어지럽게 만드는 작품이다. 반면 내용은 영상만 못하다. 전형적인 종말론에 구원론을 결합시킨 일대 활극에 가깝다. 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해 시시각각 다가오는 정체 불명의 행성을 외계인의 도움을 받아 물리치는 이야기다. 언뜻 보면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담이 섞인 듯한 분위기다. 그만큼 영화는 액션과 볼거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구조가 촘촘하지 못하고 엉성하기 ..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블루레이)

소설 '타잔'의 원작자인 미국의 유명한 대중 소설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우스는 1900년대 초반 연필깎이 판매원으로 일했다. 그는 연필깎이 광고가 실린 잡지를 더러 집에 가져와 읽곤 했는데, 잡지에 실린 형편없는 대중 소설을 읽으며 자신이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35세 나이에 처음 쓴 소설이 1912년 출간된 '화성의 공주'다. 처음에는 망신을 당할까봐 노먼 빈이라는 필명으로 '화성의 달 아래'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이후 이 작품이 인기를 끌자 버로우스는 '타잔'의 영화화로 돈을 번 뒤 존 카터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를 총 11편을 써내 SF판타지 문학의 효시가 됐다. 우주선을 뜻하는 '스페이스십'이란 단어도 원작 소설에 처음 등장했고 여러 종족이 어우러진 외계 생태계와..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예전에 본 '에이리언'은 온통 충격 덩어리였다. 사람의 몸 속에서 부화해 살을 찢고 나오는 외계 생명체는 어떤 괴물보다도 무시무시한 공포를 안겨줬다. 그 작품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무서운 에이리언과 더불어 기괴한 형태의 존재였다. 에이리언이 처음 발견된 어느 혹성에 마치 의자에 앉아 천체망원경을 바라보는 듯한 거대한 형상. 에이리언을 창조한 위대한 디자이너 HR기거의 작품인 스페이스 자키라는 이 형상은 사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에이리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고민할 때 영감을 준 그림이다. 1편은 이 형상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궁금증만 남긴 채 끝났다. 그로부터 30년이 넘어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 답을 갖고 돌아 왔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2012년)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인베이젼

1956년에 나온 돈 시겔 감독의 '신체강탈자의 침입'은 외계인의 공포를 다룬 훌륭한 B급영화였다. 우리가 익히 아는 ET같은 괴상한 생명체나 괴물이 아닌 사람의 모습과 식물의 씨앗이라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알 수 없는 공포를 다룸으로써 사람들을 긴장시켰다. 잭 피니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의 성공 이후 필립 카우프만과 아벨 페라라도 리메이크를 했고, 2007년 올리버 히르비겔 감독이 '인베이젼'(The Invasion, 2007년)이라는 제목으로 3번째 리메이크를 했다. 이 작품은 외계 생명체가 바이러스로 돌변해 인간의 몸 속에 침투해 사람의 성격을 바꿔놓는 내용이다. 즉 몸은 그대로지만 속은 어제와 다른 성격을 지닌 완전 새로운 존재로 돌변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앞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블루레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년)는 미래를 빌어 현재의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영화다. 미래를 내다보는 3명의 예지자가 살인사건을 예고하면 경찰이 출동해 사전 예방하고 미래의 범인을 체포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3명의 예지자 가운데 더러 다른 미래를 보는 경우가 있고, 2명의 의견과 다른 소수 의견, 즉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묵살되면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 이를 가만 뜯어보면 원작자인 필립 K 딕은 다수의 의견을 좇는 가운데 올바른 소수의 의견이 묵살되는 경우를 냉철하게 꼬집었다. 여기에는 사회비판적이었던 필립 K 딕의 성향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 같은 묵직한 내용을 스필버그 감독은 느와르 분위기를 가미해 제대로 살렸다. 특히나 블리치 바이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