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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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일레븐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 감독의 '오션스 일레븐'(Ocean's Eleven, 2001년)을 좋아하는 이유는 라스베이거스에 얽힌 기억들을 떠오르게 해 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과거 출장으로 자주 갔던 라스베이거스의 밤 풍경이 그대로 들어있다. 영상뿐 아니라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터는 내용도 아주 재미있다. 구성과 줄거리도 깔끔했으며 인물들의 개성도 분명하게 살아있다. 미국 평론가들도 프랭크 시나트라, 딘 마틴 등이 주연한 1960년대 원작 영화보다 낫다고 평했다. 덕분에 소더버그 감독의 최고 흥행작이 됐다. 이에 비하면 최근 상영한 '오션스 트웰브'는 아쉽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 영상은 괜찮은 화질이다. 밤 장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투모로우

서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 참사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가 롤랜드 에머리히(Roland Emmerich) 감독의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년)다. 이 작품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남극에 빙하가 녹으면서 바닷물의 염분이 희석되고, 이 때문에 난류를 실어 나르는 기후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 고장 나 북반구가 빙하로 뒤덮이는 무시무시한 재앙영화다. 이 같은 설정은 가설이 아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기후학자들이 누차 경고한 내용이어서 더욱 무시무시하게 다가온다. 더군다나 쓰나미 참사를 보고 나니 영화에서 언급한 해일, 폭설, 우박 등의 이상기후가 영화 속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1억 5,000만 달러의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영화답게 각종 재앙을 재현한 장면들이 볼 만하다..

바람의 검 신선조

아사다 지로(浅田次郎)의 글은 얕은 감정에 의존한다. '철도원'도 그렇고 '파이란'의 원작 '러브레터'도 그렇다. 억지로 울리려는 티가 역력하다. 타키타 요지로(滝田洋二郎) 감독의 '바람의 검 신선조'(壬生義士傳, 2003년)의 원작 '미부기시전'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일본 도쿠가와 막부말 무사집단이었던 신선조의 최후를 그린 이 작품은 가난 때문에 무사 집단 신선조에 가담했다가 사무라이의 의리를 위해 죽어가는 시골 무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원작을 충실하게 따른다. 그렇다 보니 한마디로 신파에 가까운 시대극이 돼버렸다. 중반까지 개성 있는 캐릭터와 신선조의 칼부림을 다뤄 제법 볼 만 하나 후반부로 넘어가면 억지로 감동과 눈물을 주려는 의도가 역력해 거부감이 든다. 1.66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

오스틴파워 골드멤버

마이크 마이어스(Mike Myers)가 제작 및 주연, 각본을 담당하고 '미트 페어런츠'의 제이 로치 감독(Jay Roach)이 메가폰을 잡은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Austin Powers in Goldmember, 2002년)는 007을 풍자한 오스틴 파워 시리즈 3번째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아예 제목까지 007 시리즈 '골드핑거'를 풍자한 '골드멤버'로 지어서 개봉 전 007 제작사 MGM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제작사 뉴라인 시네마는 '반지의 제왕 1탄' 개봉 때 MGM의 007 시리즈 '어나더데이' 예고편을 틀어주는 조건으로 극적 합의해 소송을 피했다는 후문. 개인적으로 도대체 이런 영화를 왜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재미없다. 이해할 수 없는 미국식 농담과 지저분..

청춘스케치

민태원은 '청춘예찬'에서 청춘이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과 끓는 피 때문이다. 그만큼 꿈도 많고 할 일도 많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불안한 시기이기도 하다. 코미디언 벤 스틸러(Ben Stiller)가 감독한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 1994년)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을 수석 졸업한 레이나(위노나 라이더 Winona Ryder)는 방송국 인턴에서 해고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트로이(에단 호크 Ethan Hawke)는 기약 없는 밴드 생활에 목을 맨다. 새미(스티브 잔 Steve Zahn)는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비키(재닌 가로팔로 Janeane Garofalo)는 재미없는 의류매장에서 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