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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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식탁

이수연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4인용 식탁'(2003년). 다른 사람의 과거를 알아낼 수 있는 여자와 귀신을 본 남자가 만나는 심리 미스터리물이다. 공포물에 처음 도전한 박신양과 엽기녀 이미지에서 탈피를 시도한 전지현이 출연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귀신이나 잔혹한 장면 없이 공포감을 주는 시도는 좋았으나 산만한 구성과 미흡한 설명 때문에 난해한 작품이 돼 버렸다. 보고 나면 더위를 날려버리는 공포보다 찝찝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특히 쓸데없이 과도한 음량으로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잡스러운 장난이 불쾌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무난하다. 실버 리텐션 처리된 화면은 그라인더로 곱게 갈아낸 것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돌비 디지털 5.1과 DTS를 지원하는 음..

핑크 플로이드-라이브 폼페이 디렉터스 컷

프로그레시브 록의 기둥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폼페이 라이브'(Pink Floyd Live at Pompeii, 1972년)는 독특한 작품이다. 1명의 관객도 없는 무관객 공연이다. 밴드는 1972년 이탈리아 고대 도시 폼페이의 원형 극장에서 공연을 가졌고, 이 장면을 애드리언 마빈 감독이 35밀리 극영화 필름에 수록했다. 관객이 없다 보니 카메라의 움직임이 자유로워 멤버의 다양한 표정을 밀착해 잡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다채로운 앵글을 보여준다. 연주곡은 앨범 'Meddle'에 수록된 'Echos'를 비롯해 초창기 시드 배럿(Syd Barret)의 영향이 강한 사이키델릭 록 성향의 곡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3번째 트랙 'A Saucerful of Secrets'은 환각적 연주가 어우러진 ..

그녀를 모르면 간첩

북에서 여간첩이 내려오는데 하필 얼짱이다. 박한준 감독의 '그녀를 모르면 간첩'(2004년)은 빼어난 미모 덕분에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화제가 된 간첩이 사랑에 빠진다는 만화 같은 이야기. 한마디로 난감한 작품이다. 사랑에 빠진 얼짱 간첩이라는 소재를 기발하다고 하기에는 영화가 갖고 있는 시각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분단 상황과 이데올로기도 그저 우스개 거리로 쓰였을 뿐. 황당한 설정으로 돈이나 벌겠다는 얄팍한 흥행 코드가 너무 뻔히 들여다 보인다. 그리고 제목도 틀렸다. 우리말은 인칭대명사에 성 구별이 없다. '그녀'는 일본식 표현으로, '그를 모르면 간첩'이 맞다. '날으는 원더우먼'처럼 잘못 쓰인 경우. DVD 화질은 그저 그런 편. 잡티, 스크래치, 이중 윤곽선 등 눈에 거슬리는 점이 많..

비독

19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난 명탐정 비독의 죽음과 거울 가면의 정체를 밝히는 미스터리 스릴러. 실존인물 비독은 도둑, 강도, 인신매매, 위조, 밀수 등 각종 범죄를 일으킨 괴도다. 그 때문에 파리에 경시청이 발족했다. 그의 이야기는 에드거 알란 포우, 모리스 르블랑 등 유명 추리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늑대의 후예들'에서 특수효과를 맡았던 피토프가 메가폰을 잡은 '비독'(Vidocq, 2001년)은 비주얼 한 영상과 다양한 카메라 기법이 특징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세계 최초 HD 영화답게 좋은 화질을 자랑한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인데도 불구하고 영상이 섬세하다. DTS 음향은 달리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훌륭하다. 서라운드 효과, 방향감 등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