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9/04 12

미스 슬로운(블루레이)

존 매든 감독의 '미스 슬로운'(Miss Sloane, 2016년)은 미국의 로비스트 이야기를 스릴러처럼 다룬 아주 훌륭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의 로비스트 제도를 알아야 한다. 미국은 로비스트 활동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나라다. 원래 휴게실이란 뜻의 로비는 영국과 미국의 국회의사당에서 의원들이 찾아온 손님들을 만나는 응접실을 뜻한다. 1800년 미국 필라델피아 전국산업진흥회가 연방은행 설립을 위해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고 언론인들에게 부탁하면서 로비가 정치적 행위를 뜻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런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로비스트들이 늘어나자 1946년 로비 금지법을 만들어 로비스트 명단을 관리하고 이들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로비스트가 사라지지 ..

킬링 군터(블루레이)

타란 킬램 감독의 '킬링 군터'(Killing Gunther, 2017년)는 포스터로 낚시질을 하는 영화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변으로 잔뜩 총을 든 사람들이 서 있는 표지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하면 영락없이 낭패를 볼 수 있다. 내용은 세계 최고의 킬러인 군터를 죽이고 세계 정상급 킬러가 되려는 살인자들의 경쟁을 다룬 영화다. 군터가 워낙 뛰어나다보니 다른 킬러들이 연합해 그를 공격하는 이야기다. 구성은 그럴듯하지만 내용을 보면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우선 구성 자체가 1인칭 시점이다. 킬러들이 자신들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촬영자를 고용했다는 설정인데, 그렇다 보니 영화가 다큐멘터리처럼 한 방향에서만 진행된다. 사건 현장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1인칭 사격게임을 하듯 킬러들의 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