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9/06 9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블루레이)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2007년)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1924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4세 때부터 순회 연극단의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그때 경험을 살려 루멧 감독은 컬럼비아대 졸업 후 본격적인 연극배우가 됐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1942년 육군에 입대해 인도와 버마 등 남방 전선에서 레이더 관리병으로 복무했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친구인 배우 율 브린너의 도움으로 1950년 CBS TV에서 연출을 하게 됐다. 그때 만들었던 TV 드라마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1957년 영화로 만들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루멧 감독은 이 작품으로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다. 이후 ..

그린북 (블루레이)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이후 흑인 노예들이 해방됐지만 여전히 흑인과 백인을 차별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짐 크로 법이다. 짐 크로 법은 남북전쟁 이후 남부 11개 주에서 시행한 흑인 차별법이다. 남부의 공공시설, 즉 학교 극장 상점 및 공공 화장실과 대중교통 등에서 백인과 흑인을 분리해 대우하는 것을 인정하는 법이다. 남부 일부 지역에서 흑인은 해가 진 뒤 외출조차 할 수 없었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이 법이 적용돼 해군 등에서 일정 보직을 흑인이 맡을 수 없었다. 미국 음악 코미디쇼인 민스트럴 쇼에서 백인 코미디언이 흑인 분장을 한 채 바보 연기를 한 캐릭터 이름을 딴 이 법은 놀랍게도 연방법원에서 흑백을 분리했으나 평등한 법이라고 합헌 판결을 받았다. 그 결과 1965년까지 공공연하게 남부에서 이 법이..

완벽한 타인(블루레이)

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2018년)은 연극적인 영화다. 한정된 무대와 등장인물들이 쉼 없이 대사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변주하는 형식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내용은 성공한 의사 부부의 집들이에 초대된 친구들이 휴대폰을 꺼내놓고 통화와 문자 등을 공개하는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뤘다. 당연히 휴대폰 안에 숨겨 놓은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엉뚱한 오해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과정이 때로는 긴장을 유발하고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며 어느 순간 가슴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가 갖고 있는 응집력이 대단하다. 다양한 장소나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닌 한정된 공간에서 소수의 배우만 갖고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원작의 ..

국가부도의 날(블루레이)

최국희 감독의 '국가부도의 날'(2018년)은 1997년 발생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의 시간이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다루고 있다. 가상의 상징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IMF 사태에 이르기까지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 준다. 특히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재정국 차관(조우진), 청와대 경제수석(김홍파), IMF 총재(뱅상 카셀) 등을 통해 IMF의 구제금융을 도입하게 된 배경과 이를 둘러싼 정책 대립을 다뤘다. 또 중소기업 사장 갑수(허진호), 금융인 윤정학(유아인) 등을 앞세워 IMF 사태로 극명하게 갈리는 사람들의 삶을 묘사했다. 최 감독은 이 작품에서 우리에게 워낙 중요한 IMF 사태라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다뤄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문제는 역사적 사실을 너무 왜곡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