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007 골드핑거

007 시리즈 3번째 작품 '골드핑거'(Goldfinger, 1964년)는 '제3의 사나이'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가이 해밀턴(Guy Hamilton) 감독이 연출했다.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이 작품은 미국 정부의 금괴보관소 포트녹스를 털려는 악당 골드핑거(게르트 프뢰베 Gert Frobe)와 이를 저지하려는 007(숀 코네리 Sean Connery)의 대결을 다뤘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더불어 시리즈 가운데 처음으로 특수무기가 장착된 본드카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특히 악역으로 등장한 가라테 선수출신의 일본 배우 해롤드 사카다는 이 작품 덕분에 포뮬러 44라는 광고약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아울러 셜리 베시가 부른 주제가도 히트했다.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오래된 작품답게 영..

브링 잇 온

페이튼 리드(Peyton Reed) 감독의 데뷔작 '브링 잇 온'(Bring It On, 2000년)은 치어리더를 소재로 다룬 하이틴물이다. 전국 고교 치어리더 대회를 앞두고 라이벌인 두 학교의 치어리더팀이 경쟁을 벌이는 내용의 이 작품은 대사처럼 '춤과 체조와 짧은 치마가 결합돼 즐거움을 주는' 영화라서 볼거리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묘하게도 경쟁을 벌이는 팀이 한쪽은 부유한 백인학교, 한쪽은 가난한 흑인학교라는 설정이어서 미국 사회의 단면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영화가 끝나고 흘러나오는 토니 베실(Toni Basil)의 'Mickey'를 오랜만에 들어볼 수 있는 점도 반갑다. 고교시절 들었던 '믹키'는 '99 루프트발룬'과 더불어 1980년대 중반의 대표적 히트곡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

007 위기일발

007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 1963년)은 1탄 '살인번호'보다 앞서 국내 수입돼 이를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에 007을 처음 알린 의미 있는 작품답게 크게 성공해 당시 20만 명 넘는 관객이 들었다. 내용은 러시아의 최신 암호해독기를 훔치려는 스펙터 일당과 이를 막으려는 007(숀 코네리 Sean Connery)의 대결을 다뤘다. 1편에 이어 테렌스 영(Terence Young)이 감독을 맡은 이 작품은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에 치중한 요즘 007 시리즈와 달리 스릴러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볼거리는 많지 않아도 줄거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또 매트 몬로가 부른 'From Russia with Lov..

맨 온 파이어

'탑건' '크림슨 타이드' 등 강렬한 액션 영화를 주로 만든 토니 스코트(Tony Scott) 감독의 '맨 온 파이어'(Man on Fire, 2004년)는 호승심을 자극하는 남성 영화다. 이 작품은 실패한 남자의 재기를 위한 노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아낌없는 희생과 복수 등 남자의 가슴을 흔들만한 요소들을 골고루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1980년대 극장가를 주름잡던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 홍콩 누아르와 맥을 같이한다. BMW 광고로 유명세를 탄 감독답게 이번 작품은 감각적 영상으로 가득하다. 거친 질감의 영상과 강렬한 색상, 쉼 없이 흔들리는 역동적 카메라와 빠른 장면 전환 등은 지나치게 감각적인 것에 집착한 경향이 없지 않지만 관객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힘이 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

페이스 오프

마치 가면을 벗듯 얼굴 가죽을 떼어내 새 사람으로 변신하는 내용의 '페이스 오프'(Face off, 1997년)는 오우삼(吳宇森) 감독 다운 발상이다. 그렇지만 성형 수술로 신분을 바꾸는 발상은 독창적 아이디어는 아니고 1960년대 영화 'Seconds'에서 소재를 빌려왔다.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와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가 졸지에 얼굴이 바뀌는 형사와 범죄자 역할을 맡아 다중인격 같은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영화는 펄럭이는 롱코트, 쌍권총, 날아오르는 비둘기와 종교적 상징물, 그리고 총알이 보일 만큼 느린 액션 등 오우삼의 홍콩 영화 '영웅본색' '첩혈쌍웅'에서 익히 본 코드들로 가득하다. 우리에게 낯익은 그림들이지만 미국 사람들은 색다른 풍경이어서 이 작품에 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