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171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의 '연애의 온도'는 그만그만한 사랑 이야기다.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어줍잖은 일로 다투다가 헤어져 다시 만나는, 일상적인 연애의 과정을 되풀이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과정이 치열하다는 점. 육두문자를 날리고 서로의 선물을 때려부수며 사랑이 증오로 변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날 것 그대로의 연애'라고 했지만 다른 말로 하면 흔한 연애다. 이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음직한 이야기는 그만큼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반면, 굳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돈내고 봐야 할 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노 감독은 직장 커플인 주인공들의 주변 사람 이야기와 캐릭터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에 덧칠을 했다. 은행 다니는 사람들이 보면 불쾌하..

영화 2013.03.29

장고 : 분노의 추적자

1970년대 흑백TV 시절, '주말의 명화' 시간에 본 '쟝고'(http://wolfpack.tistory.com/entry/쟝고)는 기존 서부극과 많이 달랐다. 외래어 표기법 대로라면 '장고'가 맞지만 국내 개봉 제목은 '쟝고'(Django, 1966년)였다. 이탈리아의 좌파 감독 세르지오 코르부치가 만든 이 영화는 시작부터 음침하고 기괴한 주인공이 관을 끌며 나타났다. 영웅의 풍모가 풍겼던 기존 서부극 주인공과 달리 기괴한 느낌을 주던 주인공은 관 속에서 기관총을 꺼내 낙엽쓸 듯 적을 휩쓸었다. 거기에는 정통 서부극의 1 대 1 대결 대신 집단 학살극이 있었고, 처절하게 짓이겨진 주인공 위로 유명한 루이스 바칼로프가 만든 주제곡이 흘렀다. 프랑코 네로가 연기한 주인공과 무시무시한 기관총, 여기에 멋드..

영화 2013.03.23

파파로티

삐뚫어진 제자를 선생이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이야기는 1955년 리차드 브룩스 감독의 '폭력교실'(http://wolfpack.tistory.com/entry/폭력교실) 이후 숱하게 되풀이된 소재다. 그래서 윤종찬 감독이 동어반복적인 이야기를 피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실화와 클래식이다. 조폭 출신 고교생이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덕분에 성악가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예전 TV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노래를 불렀던 고교생 김호중 군의 실제 이야기다. 윤 감독은 그를 여러 번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선생의 격려와 전폭적인 지원으로 마음을 돌렸다는 대목에서 모티브를 가져 왔다. 당시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김 군의 모습이 기억나는데, 영화에서는 전혀 다르게 생긴 이제훈이 김 군 역할을 맡았다. 이 ..

영화 2013.03.22

7번방의 선물

여러가지 말이 되지 않는 소소한 것들은 영화라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설정 자체가 황당한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이환경 감독의 영화 '7번방의 선물'이 그런 영화다. 억울하게 사형수 누명을 뒤집어 쓴 아빠를 위해 홀로 남겨진 아이를 감방에 데려와 함께 살면서 눈물 콧물을 빼는 드라마다. 아이를 물건 차입하듯 감옥에 데려와 함께 산다는 설정 자체가 황당하다. 영화니 그럴 수 있다고 치면, 이야기 자체가 판타지가 돼버린다.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상상으로 받아들이면 '반지의 제왕'이나 '엑스맨'과 다를 게 없다. 그만큼 영화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기에 TV 막장드라마처럼 이야기 구조 자체가 취약하고 작위적이다. 살인범 누명을 쓰는 상황은 그렇다 쳐도 주인공의 상태를..

영화 2013.03.02

신세계

박훈정 감독의 영화 '신세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들고 있는 느낌이다. 그만큼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내용은 홍콩영화 '무간도'처럼 폭력 조직의 중간 보스로 파고 든 경찰이 범죄조직을 와해시키는 이야기. 설정부터 그러니, 정체가 드러날까 봐 가슴을 조이는 경찰만큼이나 보는 사람도 숨이 가쁘다.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로선 최고지만, 칼 끝 같은 긴장 속에 한 치의 여유도 없다는 점이 문제다. 각종 의심과 암투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하느라 뻣뻣하게 굳어있는 등장인물들의 스트레스가 보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이된다. 그만큼 일말의 휴식같은 러브라인이나 웃음 코드의 부재가 아쉽다. 대신 그 자리를 권력을 노린 조폭들의 쌍욕과 과도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영화 2013.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