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민 감독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가 돋보이는 점은 영리하게도 역사적 빈틈을 파고 들어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영화는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중에서 재위 기간 15일이 비어 있는 점에 착안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내용은 끊임없이 암살을 의심했던 광해군이 자신과 똑닮은 가짜를 내세워 위기를 모면하는 줄거리다.
쌍둥이처럼 닮은 가짜를 내세워 암살 위험을 피하거나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카게무샤'(http://wolfpack.tistory.com/entry/카게무샤) 등에서 일찍이 써먹었던 방법이어서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제작진은 이를 자잘한 에피소드와 우리식 웃음으로 채워넣어 차별화를 꾀했다.
그렇다보니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앞서는 가짜 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몇몇 장치들은 일부러 눈물을 짜내려 드는 듯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대신 일부 인물과 당쟁의 큰 흐름만 가져왔을 뿐 역사적 사실은 과감히 무시했다.
왕의 대역을 한 광대 하선이나 기미나인 사월이는 물론이고, 폐비 윤씨와의 로맨스 등은 당연히 허구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지난해 이 영화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1,000만 관객을 넘었다는 점과 대종상에서 무려 15개 부문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김기덕의 '피에타', 민규동 감독의 '내 아내의 모든 것', '범죄와의 전쟁', '은교' 등 쟁쟁한 작품을 누르고 작품상부터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무려 15개상을 받아 '광해상'이라는 놀림까지 받았다.
여기에 1,000만 관객을 채우기 위한 배급사 CJ의 지나친 마케팅과 과도한 스크린 점유까지 겹쳐 더욱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영화 외적인 요소로 지나치게 폄하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다.
나름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성도 설득력있고 재미있으며, 배우 이병헌의 훌륭한 1인2역 연기와 영상 또한 눈여겨 볼 만 하다.
특히 은은한 촛불 효과를 살린 조명과 촬영, 웅장하면서도 외로운 궁궐 분위기를 살린 미술은 충분히 상을 받을 만 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부터 블루레이로 나오면 볼 만 할 것이란 기대를 했다.
(http://wolfpack.tistory.com/entry/광해-왕이-된-남자)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괜찮은 화질로 기대에 부합한다.
은은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부드러운 조명을 잘 살렸고, 상대적으로 진홍색 곤룡포 등 색감은 선명하게 부각된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전체적으로 넓게 퍼지는 소리를 들려주며, 부밍이 일 정도로 저음의 울림이 좋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촬영 및 미술, 삭제장면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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