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Zack Snyder) 감독은 2017년 스무 살 된 딸이 자살로 세상을 떠난 비극을 겪었다.
그 바람에 한창 찍고 있던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감독을 그만뒀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스 웨던(Joss Whedon) 감독은 스나이더 감독이 촬영한 영상 가운데 25%가량만 사용하고 나머지를 새로 찍었다.
그 바람에 영화는 원래 만들려던 내용과 크게 달라졌다.
특히 스나이더 감독이 찍은 액션 장면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면서 좀 더 경쾌하게 변했다.
원래 DC코믹스 계열의 작품들이 어두운 분위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원작 분위기와 맞지 않는 영화가 돼 버린 셈이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스나이더 감독은 원래 자신이 찍었던 영상을 재편집하고 일부 영상을 따로 찍어 새로운 영화를 만들었다.
그것이 감독 이름을 붙인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Zack Snyder's Justice League, 2021년)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스나이더 감독의 감독판이나 마찬가지인 이 영화는 상영시간이 120분에서 3시간 55분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사실상 웨던 감독의 극장판에서 잘려 나간 영상의 대부분을 되살렸고, 화면비도 아이맥스 포맷의 4 대 3 비율을 그대로 살렸다.
그만큼 이 영화는 웨던 감독의 극장판과 완전히 다른 영화로 거듭나며 DC코믹스 특유의 어둡고 우울한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되찾았다.
내용은 슈퍼맨(헨리 카빌 Henry Cavill), 배트맨(벤 애플렉 Ben Affleck), 플래시(에즈라 밀러 Ezra Miller), 원더우먼(갤 가돗 Gal Gadot),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Jason Momoa), 사이보그(레이 피셔 Ray Fisher) 등 초영웅 집단이 지구를 정복하려고 외계에서 온 악의 세력 스테픈울프와 다크사이드에 맞서 지구 파멸과 직결되는 3개의 열쇠를 지키는 이야기다.
초영웅들은 악을 물리치기 위해 죽은 슈퍼맨까지 되살린다.
이들이 똘똘 뭉치는 과정은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그만큼 초영웅들은 그리스 신화에 상당 부분 빚을 지고 있다.
스나이더 감독의 확장판에서 가장 크게 차이나는 점은 액션이다.
'300' '새벽의 저주' '써커 펀치' '왓치맨' 등 전작들에서 스나이더 감독이 보여준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그대로 살아났다.
슬로 모션으로 찍어 댄스처럼 묘사한 액션 장면들은 곡예처럼 화려하다.
여기에 삽입곡들도 좋다.
닉 케이브 & 워렌 엘리스의 'Distant Sky'와 'There is a Kingdom', 로즈 베츠의 'Song to the Siren', 엘리슨 크로우의 'Hallelujah' 등이 들을만하다.
다만 배트맨이 각 영웅들을 찾아가 설득해서 저스티스 리그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 길다.
마치 장편소설처럼 챕터 1, 2, 3으로 소제목을 붙여 넘어가는 이야기 중 일부는 사족에 가깝다.
따라서 스나이더 감독의 화려한 액션이 되살아난 점은 반갑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늘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좀 과한 편이다.
그 바람에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늘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웨던 감독의 극장판보다 낫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과유불급까지는 아닌 셈.
4K 타이틀은 내용이 길어서 4K와 일반 블루레이가 모두 2장씩 총 4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영화 본편을 디스크 하나에 넣지 못해 2장에 나눠 담았다.
2160p UHD의 1.33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무엇보다 블랙의 깊이감이 다르고 샤프니스가 높아 윤곽선이 칼 끝처럼 예리하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아주 우수하다.
사방을 가득 채우는 각종 효과음이 요란하게 청취 공간을 뒤흔든다.
부록으로 제작과정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제작과정 역시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이프(블루레이) (8) | 2023.01.09 |
---|---|
마스터(블루레이) (4) | 2023.01.07 |
본 투 킬 (6) | 2022.12.26 |
씽(블루레이) (0) | 2022.12.24 |
사관과 신사(블루레이) (6) | 2022.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