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사관과 신사(블루레이)

울프팩 2022. 12. 23. 23:52

고교시절 시험이 끝나면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를 관람했다.
보통 '벤허' '머나먼 다리' 등 종교 아니면 전쟁영화가 대부분이어서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

그때 보러 간 영화가 테일러 핵포드(Taylor Hackford) 감독의 '사관과 신사'(An Officer and A Gentleman, 1982년)다.
내용은 불우하게 자란 청년 잭(리처드 기어 Richard Gere)이 항공모함의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해군 조종사 양성학교에 입학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다.

특히 여공 폴라(데브라 윙거 Debra Winger)와 벌이는 애틋하면서도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다뤄 국내에서 꽤나 성공했다.
이 작품 성공 이후 1980년대 중반은 신예였던 테일러 핵포드 감독의 시대였다.


'어게인스트 올 오즈' '백야' '라밤바'가 줄줄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과 관련해 재미있는 기억이 있다.

 

폴라는 장교가 되면 사귀던 여자들을 버리고 떠나는 사관생도들 때문에 잭에 대한 마음을 접는다.
그러나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결국 해군 전투기 조종사가 된 잭이 장교복을 입고 폴라를 찾아와 키스를 한 뒤 번쩍 안아 들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공장문을 나선다.

이때 객석에서도 박수가 터졌고 종영과 함께 극장에 불이 들어왔다.
그때 옆에 앉았던 친구가 터미네이터처럼 덩치 큰 친구를 쳐다보고 큰 손리로 "야, 울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다.

 

얼른 돌아보니 덩치 큰 친구가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순간 앞에서 일어나던 여고생들이 일제히 돌아보며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얼굴이 빨개진 덩치 큰 친구는 하품했다고 반박하며 계속 웃는 친구들에게 발끈 화를 냈다.
지금도 이 영화를 보면 그 생각이 난다.

 

놀리던 친구는 건강원을 차렸고 눈물 흘린 친구는 금은방을 한다.

이 영화의 정서는 다분히 신파적이다.

 

이뤄질 것 같지 않은 환경의 제약을 딛고 서로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이야기는 과거 한국 드라마나 옛날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보던 스토리다.

아닌 게 아니라 주인공 역을 제안받은 존 덴버는 이야기가 1950년대 영화 같다며 거절했다.

 

그럼에도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 곳곳에 깔려 있는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포장 때문이다.

사회 낙오자나 다름없는 청년이 해군 장교가 되는 과정, 장교 부인이 돼서 고향을 벗어나기를 꿈꾸는 여공의 사랑은 신분 상승의 욕구를 반영한다.

 

이민자들의 나라로 시작된 미국을 떠받친 정서는 결국 꿈꾸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으로 포장된 신분 상승의 욕구다.

이 영화는 이를 감성적 사랑이야기로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더불어 달달한 엔딩에 흐르는 조 카커와 제니퍼 원스가 함께 부른 주제가 'Up Where We Belong'도 성공에 일조했다.

국내에서는 FM 라디오를 통해 영화보다 노래가 먼저 떴다.

 

당시 영화제작자였던 돈 심슨은 이 주제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달리 이 주제가는 빌보드 1위에 오르며 크게 히트했다.

 

주제가뿐만 아니라 팻 베네타가 부른 삽입곡 'Treat Me Right', 마크 노플러의 'Tunnel of Love' 등도 좋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윤곽선이 두껍고 입자가 거칠지만 잡티나 필름 손상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지글거림도 두드러지는 편.

 

다행히 뒤로 갈수록 화질이 안정되며, 클로즈업의 디테일은 좋은 편이다.

클로즈업 화면의 디테일도 좋고 색감 또한 생생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채널을 적절하게 활용해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장면에서는 음악이 각 채널을 가득 채운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 비하인드 씬, 음악 설명, 실제 군인들의 로맨스 일화, 격투 장면 촬영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다.

음성해설을 포함해 한글자막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극 중 리처드 기어가 타는 오토바이는 영국 트라이엄프에서 만든 750cc T140E 본네빌이다.
군사학교를 다룬 미국 영화들을 보면 항상 엄하고 무서운 교관이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루이스 고셋 주니어가 무서운 교관 폴리 상사를 연기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1983년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꽤 오래 상영하며 인기를 끌었다.
영화를 빛낸 폴리 상사는 악역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제작사는 배우 섭외에 애를 먹었다. 중요한 역이지만 잭 니콜슨 등 A급 배우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된 훈련을 견디지 못해 탈락하는 후보생 역할로 나온 배우는 미국 드라마 'CSI 마이애미' 시즌에서 호라시오 반장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카루소다. 얼핏 보면 알아보지 못할 만큼 젊다.
모텔 장면은 워싱턴의 포트 타운센드에 있는 실제 여관 타이즈 모텔에서 촬영.
원래 각본에 폴리 상사는 키 작은 남부 백인 남성이다. 제임스 우즈도 폴리 상사 역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원래 이 영화는 처음에 리처드 기어가 데브라 윙거를 무릎에 앉힌 채 사랑을 나누는 장면 때문에 X등급을 받았다. 제작진은 해당 장면을 와이드샷이 아닌 클로즈업으로 살짝 바꿔 제출해 검열관의 눈을 속여 등급을 조정받고 원래 장면대로 개봉했다.
리처드 기어와 데브라 윙거는 연인 역할이었으나 촬영장에서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 서로 떨어져 있었다. 그만큼 둘 사이에 긴장이 흘렀다. 데브라 윙거는 리처드 기어를 벽돌담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극 중 감압실은 세트다. 촬영은 '여인의 향기' '탱고와 캐쉬' '탈옥' '에이스 벤츄라 2' '샤프트' 등을 찍은 도널드 도린이 맡았다.
미 해군은 플로리다 팬핸들에 있는 펜사콜라 해군 항공 조종사 학교의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할 수 없이 사용하지 않는 미 육군의 포트 워든 시설을 빌려 촬영했다.
존 트라볼타는 주인공 역을 제안받았으나 매니저의 조언을 듣고 거절했다. 커트 러셀과 켄 월도 주인공 역을 거절했으며 제프 브리지스는 바쁜 일정 때문에 주연을 거절했다. 데니스 퀘이드와 크리스토퍼 리브도 주인공 후보에 올랐다.
격투 장면은 포트 워든의 스테이트 파크에서 촬영. 리처드 기어와 루이 고셋 주니어는 이 장면을 위해 기초 공수도 훈련을 받았다.
트라이엄프 오토바이는 여러 영화에 등장한다. 말론 브란도의 '위험한 질주', '미션 임파서블 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주라기 월드'와 앤젤리나 졸리의 '솔트'에도 등장. '대탈주'에서 스티브 맥퀸이 타던 독일 오토바이도 트라이엄프를 개조했다.
여주인공 역은 처음에 시고니 위버에게 돌아갔으나 거절당한 뒤 안젤리카 휴스턴을 거쳐 제니퍼 제이슨 리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제이슨 리가 '리치몬드 연애소동' 촬영으로 출연하지 못해 데브라 윙거로 교체됐다. 레베카 드 모네이, 멕 라이언, 지나 데이비스도 여주인공 역으로 오디션을 봤고 킴 베이싱어도 후보에 올랐다.
객석에서 여성들의 탄성이 터졌던 장면. 이때 조 카커와 제니퍼 원스가 부른 주제가 'Up Where We Belong'이 나온다. 원래 리처드 기어는 이 장면이 지나치게 감성적이라 촬영하지 않으려고 했다. 핵포드 감독도 리허설 전까지 기어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리허설 때 엑스트라로 참여한 공장 노동자들이 손뼉 치며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이 장면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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