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허슬

주성치(周星馳)가 '소림축구'의 후속작으로 내놓은 '쿵푸허슬'(功夫, 2004년)은 패러디와 오마주로 가득한 영화다.
초반은 서부극과 미국 갱영화 분위기를 흉내 냈으며 중반부터 무협영화 패러디, 결말에 가서 이소룡에 대한 오마주로 마감한다.

이번 작품 역시 주성치 특유의 정신없는 액션과 황당 유머가 주조를 이룬다.
전작과 달라진 점이라면 대폭 늘어난 컴퓨터 그래픽.

'매트릭스'를 만들려다 그만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지나칠 정도로 CG가 많이 쓰였다.
그래도 시종일관 즐겁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2.40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뛰어난 샤프니스와 세부묘사, 암부 표현력 등에서 '무간도 트릴로지' 박스세트에 수록된 '무간도' 1편보다 낫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북경어로 상영한 극장과 달리 주성치의 원래 음성으로 녹음한 광둥어다.
따라서 극장보다 싱크도 자연스럽고 서라운드 효과가 더 잘 살아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도끼파가 권력을 장악하는 장면은 미국 갱영화를 연상케 한다.

갱들이 세를 늘려가는 장면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처럼 뮤지컬 형태로 처리했다.

발부터 보여준 뒤 전신을 훑고, 뒷모습에서 앞으로 돌아들어가는 카메라 움직임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서부극에서 익히 봤던 움직임이다. 돼지촌의 4층 아파트는 24억 원이 들어간 세트.

정교한 쿵후 액션은 슬로 모션으로 처리해 사실감을 더했다. 덕분에 헛웃음이 나올 만한 과장된 액션도 진지하게 보인다.

과장해서 표현하면 '반지의 제왕'만큼 CG가 많이 쓰였다.

정신병원 복도에서 피가 쏟아지는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패러디한 것.

주성치의 만화 같은 유머. 종으로 증폭한 엄청난 음파로 적을 공격하는 일명 '사자후' 공격.

막판 대결에서 주성치가 사용한 대부분의 무술은 이소룡의 절권도다.

특히 '정무문'의 도장 격투 장면에서 이소룡이 사용한 액션을 그대로 가져왔다.

'여래신장'이라는 무술을 이용해 공중에서 장풍으로 내리친 장면. 허풍의 극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