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공포물 34

공포의 파티(블루레이)

핼리너 레인(Halina Reijn) 감독이 만든 '공포의 파티'(Bodies Bodies Bodies, 2022년)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황당한 공포물이다. 이 작품은 공포물 하면 떠오르는 연쇄살인범이나 좀비, 귀신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를 휴대폰이 차지한다. 부모가 집을 비운 부잣집 저택에서 허리케인 때문에 고립된 10대들이 모여 파티를 연다. 파티에서 장난처럼 시작한 게임이 영화의 원제목인 '바디스'라는 일종의 시체놀이 게임이다. 살인자 카드를 뽑은 친구가 불을 끈 상태에서 다른 친구를 건드리면 시체가 되고, 이후 누가 범인인지 찾는 게임이다. 게임을 하다가 실제로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후 게임은 공포의 살인마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실제 상황으로 바뀐다. 고립된 저택에서 범인을 찾..

여고괴담5 동반자살

시리즈 10주년을 기념해 나온 이종용 감독의 '여고괴담 5 동반자살'(2009년)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1편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호불호가 갈리면서 부침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섭지 않다는 점이다. 공포물이 공포스럽지 않다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로 최악이다. 내용은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기로 우정 어린 맹세를 한 여고생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같은 맹세를 한 여고생 중에 한 명이 자살하면서 나머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겪는 얘기다. 영화는 도대체 죽은 친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을 캐내는 미스터리식 방법으로 접근한다. 각종 추측들이 난무하면서 뜻밖에 사건들이 밝혀지는데 이 과정에서 시리즈 전반에 깔리는 성적에 대한 중압감, 여고생들..

미드소마(블루레이)

아리 애스터(Ari Aster) 감독의 '미드소마'(Midsommar, 2019년)는 참으로 아름다운 공포물이다. 공포와 아름다움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주는 공포는 배가 된다.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현듯 닥치는 공포는 그럴 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공포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다.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공포 어떻게 공포가 아름다울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면 일단 영상을 봐야 한다. 영화는 스웨덴의 가상 마을인 호르가에서 90년에 한 번, 9일 동안 벌어지는 백야의 하지 축제를 다뤘다. 제목 미드소마는 바로 이 하지 축제를 의미한다. 늦은 밤까지 해가 눈부시도록 밝은 이 마을의 여름 축제는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답다. 사방에 꽃들이 만발하고 푸른 초원은 마음마저 시원하게 만든다..

할로윈 살인마의 탄생(블루레이)

곧 다가올 할로윈이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할로윈' 시리즈다. '할로윈 살인마의 탄생'(Halloween, 2007년)은 1978년에 존 카펜터 감독이 만든 공포 영화의 명작 '할로윈'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저예산 영화였던 원작은 존 카펜터 감독의 탁월한 연출 덕에 슬래셔 무비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걸작으로 호평 받았다. 그러나 뒤에 줄줄이 나온 후속작들은 형편없는 내용으로 혹평을 받았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후반 추격 장면을 제외하고는 원작만큼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특히 사이코패스가 된 원인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등 구성도 미흡하다. 감독은 헤비 메틀 밴드 화이트 좀비를 이끌던 롭 좀비. 롭 좀비는 2003년 '살인마 가족'으로 감독 데뷔를 한 뒤 이 작품을 비롯해 '할로윈2' 등을 만들..

디 아더스(블루레이)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각본, 감독에 음악까지 담당한 '디 아더스'(The Others, 2001년)는 심령 스릴러물에 가깝다. 엄마와 두 자녀만 사는 집에 낯선 하인들이 찾아오면서 발생하는 이상한 일들을 다룬 이야기. '식스센스'처럼 영화 내내 숨죽이며 보다가 막판에 허를 찔린듯 당황하게 만드는 작품. 그만큼 마지막 반전이 뛰어나다. 식스센스와 이 작품을 전후해서 서양의 공포물은 두 갈래로 나뉜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빠른 장면 전환과 액션을 통해 짜릿한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 하드 보일드파와, 피냄새를 배제한 단정한 두뇌게임파이다. 후자의 경우 산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 점이 특징. 그래서 누가 귀신인 지, 산 사람인 지 구분이 안간다. 옥사이드팡의 '디 아이'도 유사한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