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공포물 36

깊은 밤 갑자기(블루레이)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활약한 고영남 감독은 100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한 다작 감독이다. 총 제작편수가 105편이어서 임권택 감독보다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작품은 거의 없다. 그만그만한 대중 영화들을 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1981년 개봉한 '깊은 밤 갑자기'는 단연 그의 연출력이 빛나는 공포물이다. 이 작품은 한국적 정서의 공포를 기괴한 영상과 사이키델릭한 음악으로 잘 표현했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적 정서란 무속신앙을 말한다. 내용은 부잣집 곤충학자(윤일봉)의 집에 어린 미옥(이기선)이 가정부로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다. 당연히 학자의 아내 선희(김영애)는 한 집에 사는 미옥을 질투하고 시기한다. 그러면서 미옥이 가져온 무당 인..

스크림(4K)

타일러 질레트(Tyler Gillett)와 매트 베티넬리 올핀(Matt Bettinelli-Olpin) 두 사람이 공동 감독한 '스크림'(Scream, 2022년)은 시리즈 가운데 '스크림 4G'의 후속작이다. 제목이 최초 작품과 동일해서 새로 만든 리메이크작처럼 보이지만 기존 시리즈에서 이어지는 작품이다. 내용은 우즈보로 마을에서 연쇄살인이 벌어진 지 25년 후 가면을 쓴 새로운 살인마가 다시 나타나 10대들을 죽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영화는 시간이 흐른 만큼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 살인마는 전화 대신 스마트폰과 메신저를 사용해 희생자들을 협박하고 살인을 벌인다. 이 과정을 원작 '스크림'과 '싸이코'의 샤워 장면을 인용하는 등 각종 공포물의 클리세를 활용해 보여준다. 이런 장치들은 원작과 ..

공포의 파티(블루레이)

핼리너 레인(Halina Reijn) 감독이 만든 '공포의 파티'(Bodies Bodies Bodies, 2022년)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황당한 공포물이다. 이 작품은 공포물 하면 떠오르는 연쇄살인범이나 좀비, 귀신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를 휴대폰이 차지한다. 부모가 집을 비운 부잣집 저택에서 허리케인 때문에 고립된 10대들이 모여 파티를 연다. 파티에서 장난처럼 시작한 게임이 영화의 원제목인 '바디스'라는 일종의 시체놀이 게임이다. 살인자 카드를 뽑은 친구가 불을 끈 상태에서 다른 친구를 건드리면 시체가 되고, 이후 누가 범인인지 찾는 게임이다. 게임을 하다가 실제로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후 게임은 공포의 살인마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실제 상황으로 바뀐다. 고립된 저택에서 범인을 찾..

여고괴담5 동반자살

시리즈 10주년을 기념해 나온 이종용 감독의 '여고괴담 5 동반자살'(2009년)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1편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호불호가 갈리면서 부침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섭지 않다는 점이다. 공포물이 공포스럽지 않다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로 최악이다. 내용은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기로 우정 어린 맹세를 한 여고생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같은 맹세를 한 여고생 중에 한 명이 자살하면서 나머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겪는 얘기다. 영화는 도대체 죽은 친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을 캐내는 미스터리식 방법으로 접근한다. 각종 추측들이 난무하면서 뜻밖에 사건들이 밝혀지는데 이 과정에서 시리즈 전반에 깔리는 성적에 대한 중압감, 여고생들..

미드소마(블루레이)

아리 애스터(Ari Aster) 감독의 '미드소마'(Midsommar, 2019년)는 참으로 아름다운 공포물이다. 공포와 아름다움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주는 공포는 배가 된다.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현듯 닥치는 공포는 그럴 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공포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다.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공포 어떻게 공포가 아름다울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면 일단 영상을 봐야 한다. 영화는 스웨덴의 가상 마을인 호르가에서 90년에 한 번, 9일 동안 벌어지는 백야의 하지 축제를 다뤘다. 제목 미드소마는 바로 이 하지 축제를 의미한다. 늦은 밤까지 해가 눈부시도록 밝은 이 마을의 여름 축제는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답다. 사방에 꽃들이 만발하고 푸른 초원은 마음마저 시원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