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새뮤얼 잭슨 19

재키 브라운

인기 감독이라고 무조건 모든 영화가 훌륭한 것은 아니다. 더러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아쉬운 작품이 나올 때도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재키 브라운'(Jackie Brown, 1997년)이 그런 영화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결코 뒤떨어지거나 못만들었다는 뜻이 아니다. 타란티노라는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펄프픽션' '바스터즈' '킬 빌' '데쓰프루프' 등 그의 화려한 필모그래피에 비춰봤을 때 허를 찌르는 역발상의 재기 넘치는 구성과 충격적인 영상에서 다소 밀렸다. 내용은 총기밀매상의 숨겨놓은 돈을 모두를 속이고 가로채려는 흑인 중년 여성의 음모를 다뤘다. 흑인 중년 여성을 강조한 이유는 타란티노 감독의 제작 의도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돈 없고 ..

인크레더블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유명 애니메이션을 만든 픽사의 신작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 2004년)은 특이하게 은퇴라는 영웅의 정신적 죽음을 다루고 있다. 온갖 이름의 슈퍼 영웅들을 주체할 수 없던 사람들은 급기야 '슈퍼 히어로 격리프로그램'을 마련해 급기야 영웅들을 모두 은퇴시켜 버린다. '미스터 인크레더블'로 불리던 밥 파(크레이그 넬슨 Craig T. Nelson)도 예외가 아니다. 은퇴한 지 15년 만에 그는 세상사람들로부터 완전히 잊힌 채 살아간다. 매일 보험회사에 출근해 업무 스트레스와 씨름하다 보니 배도 불쑥 나왔다. 이쯤 되면 영웅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 브래드 버드(Brad Bird)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가족을 만들어 퇴물 영웅을..

정글피버

스파이크 리(Spike Lee) 감독의 '정글 피버'(Jungle Fever, 1991년)는 미국의 인종차별을 남녀 관계를 빌어 얘기한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유능한 흑인 남성(웨슬리 스나입스 Wesley Snipes)에게 어느 날 백인 여성(아나벨라 시오라 Annabella Sciorra)이 비서로 배치된다. 그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사이에 연정이 싹트며 문제가 발생한다. 흑인 남자는 가정과 직장까지 버리며 여자와 사랑을 택하고 백인 여자는 식구들에게 매를 맞고 쫓겨나면서까지 흑인 남자를 따른다. 그렇지만 현실은 사랑만으로 살 수 없는 법, 둘은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스파이크 리는 참으로 냉소적이다. 아직까지 미국 사회에 남아있는 뿌리 깊은 흑백 갈..

킬 빌2

'빌을 죽여라'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킬 빌 2'(Kill Bill vol.2, 2004년)는 전편과 달리 서부극 이미지가 강하다. 주인공과 악당들이 일본도와 중국 무술을 휘두르며 설치지만 엔리오 모리코네의 서부극 음악과 황량한 벌판이 펼쳐지는 풍경은 영락없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다. 주인공 브라이드(우마 서먼 Uma Thurman)는 자신의 결혼식을 장례식장으로 만든 빌(데이비드 캐러딘 David Carradine)과 그 일당에게 복수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노력하다. 그 노력, 즉 복수는 처절하고 결과는 허무하다. 2편은 1편의 사족 같은 느낌이 강하다. 1편만큼 쇼킹하고 치기 어린 액션도 없고, 이야기가 늘어진다. 차라리 1편의 시간을 조금 더 길게 늘리더라도 한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