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파리 33

비포 선셋(블루레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셋'(Before Sunset, 2004년)은 전편인 '비포 선라이즈'에서 하룻밤의 애달픈 사랑을 하고 헤어진 뒤 9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은 속편이다. 풋풋한 미국 청년(에단 호크)은 유명 소설가가 됐고 파리 처녀는 열혈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속편이 등장하기까지 9년이 흐른 시간은 영화 속 내용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팽팽했던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얼굴에 주름이 보이고 앳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서로를 갈망하면서도 이어지지 못한 둘의 애달픈 사랑은 변함없다. 외모만큼이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서로의 처지다. 그새 남자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뒀고 여인은 사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행복하지 않다. 생활에 떠밀려 흘러온 세월이 그렇게 만족스럽..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블루레이)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Attila Marcel, 2013년)은 '일루셔니스트' '벨빌의 세 쌍둥이' 등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든 실뱅 쇼메 감독의 실사 영화다. 내용은 쌍둥이 이모와 함께 살아가는 피아니스트인 주인공이 어느날 신비한 여인인 마담 프루스트를 만나 베일에 쌓여 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다뤘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지극히 회화적이다. 애니메이션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답게 구도와 색감 등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인물과 소품의 배치 등이 화면을 가득 채운 미장센은 프레임 하나 하나가 그림이 된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씬 뿐만 아니라 소품, 또는 풍경만 찍은 장면도 대각선 구도를 이루거나 마름모꼴로 배치해 공간 속에서 균형을 이룬다. 그래서 영상 속 여백 조차도 공간..

퐁네프의 연인들(블루레이)

레오 카락스 감독의 '퐁네프의 연인들'(Les Amants Du Pont-Neuf, 1991년)은 파리에 대한 환상을 심어 준 영화다.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가운데 연인들은 다리 위를 달리며 왈츠에 맞춰 춤을 추고, 수상 스키로 센 강을 누빌 때 마치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듯 양쪽에서 불꽃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런 그림들만 보면 파리는 더 할 수 없는 낭만의 도시이며 사랑의 도시이다. 물론 실제 파리에 가보면 사랑스러운 장소지만 영화처럼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은 아니다. 이는 모두 조작된 이미지다. 이 영화는 이미지에 공을 들인 레오 카락스 감독이 자신이 추구했던 누벨 이마주의 끝물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대중영화와 경계선에 서 있다. 레오 카락스는 장 자크 베네, 뤽 베송과 더불어 누벨 이마주..

영화 '아멜리에'의 몽마르뜨

영화 '아멜리에'와 '물랑루즈' 등으로 익숙한 몽마르트르(Montmartre), 즉 몽마르뜨 언덕은 '순교자의 언덕' 또는 '군신의 언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해발 130m의 얕으막한 언덕을 중심으로 성당과 아기자기한 카페, 거리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동네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아 관광객이 몰려 드는데 이를 노린 소매치기와 도둑, 바가지 호객행위도 흔하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여행길에 그런 일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카메라, 핸드백, 지갑 등은 조심하는 게 좋다. [사랑의 벽을 가득 채운 세계 각국의 언어들. 당연히 한글도 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처음 만나는 인상적인 풍경이 바로 '사랑의 벽'이다. 푸른 벽 전체에 걸쳐 전세계 300여개 언어로 '사랑한다'는 말을 잔뜩 써놓았다. 언덕을 따라 ..

여행 2016.04.23

파리의 상징 개선문과 에펠탑

아무래도 파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개선문과 에펠탑이다. 이 둘은 파리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선문(Triumphal Arch)은 파리 시내의 샤를 드골 광장 한 복판에 서 있다. 이 문을 중심으로 12개의 도로가 사방으로 뻗어 나간 모습이 마치 별처럼 보여서 '별'이라는 뜻의 에투알(Etolile) 광장으로도 불린다. [개선문이 있는 광장은 땅 위로는 갈 수 없고 지하도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데, 지하가 복잡하니 개선문 표시를 잘 보고 찾아가야 한다.] 높이가 무려 50m인 이 문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개선문이었으나 북한이 1982년 김일성 70회 생일 기념으로 세운 높이 60m의 평양 개선문에 1등 자리를 내어주고 지금은 세계 두 번째가 됐다. 이 문을 만든 사람은 바로 ..

여행 201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