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파리 33

파리의 영광과 비극, 노트르담과 콩시에르쥬리

강 하나를 두고 파리의 영광과 비극이 마주 보는 곳이 있다. 콩시에르쥬리와 노트르담 성당이다. 센 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기분 탓인 지 모르겠지만 왠지 어두운 느낌이 드는 건물이 있다. 바로 프랑스 혁명 때 감옥으로 쓰여 비극적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콩시에르쥬리(La Conciergerie)다. [센 강변에 자리잡은 콩시에르쥬리]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밝은 노란색 건물인 이 곳에서 프랑스 혁명 때 목이 잘린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가 마지막 며칠을 보냈다. 1789년 7월14일 시작된 프랑스 혁명으로 실각한 왕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 두 자녀는 1792년 혁명평의회에서 나라에 해를 끼쳤다는 반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 독방에 각각 갇혔다. 이듬해 1월21일, 루이 16세는 파리 콩코드 광..

여행 2015.10.02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 & 튈르리 공원

오페라 가르니에(Opera Garnier)는 파리에 머무는 동안 묵었던 호텔이 근처여서 가장 자주 본 건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곳은 2,200석 규모의 오페라 전문 극장으로, 오페라 공연을 위한 복잡한 무대장치와 호화로운 연회홀 등을 갖추고 오페라와 발레 등을 주로 공연했다. [오페라 가르니에의 발코니 방면] 이 건물이 얼마나 대단한 지 보려면 오르세 미술관을 가보면 된다. 거기에 복잡 다단한 내부 단면 모혐이 전시돼 있다. 오페라, 발레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이 곳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바로 가스통 루르의 유명한 소설 '오페라의 유령'과 이를 토대로 만든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과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3세 시절, 파리 개조 계획이 추진되며 건설된 이 곳은 ..

여행 2015.09.06

파리의 백화점들과 거리 풍경

파리의 여름은 의외로 서늘했다. 볕이 쨍쨍한 한낮에도 기온이 불과 섭씨 22, 23도를 오르내리는 정도여서 전혀 덥지 않다. 여기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그늘에 들어서면 마치 초가을 날씨 같다. 심지어 저녁이나 아침 일찍, 또는 흐린 날에 바람이라도 불면 한기까지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걸어다니며 구경하거나 쇼핑하기 좋다. 파리는 오랜 역사를 지닌 백화점들이 말해주듯 쇼핑의 도시다. 각종 명품들이 즐비하며 화장품, 디저트, 의약품, 육아용품 등이 다양하게 발달해 있다. 이를 한 군데서 대부분 살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파리의 유명 백화점들이다. 파리의 3대 백화점으로 꼽히는 곳은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프랭탕(Au Printemps), 봉마르셰(Bon Marche)이..

여행 2015.08.25

루시 (블루레이)

뤽 베송 감독의 '루시'(LUCY, 2014년)는 허탈한 영화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감독의 전작인 '니키타'나 또다른 여성 전사물 '한나' '웉트라 바이올렛' 같은 액션을 기대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러웠다. 내용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생각하지도 못한 능력을 획득하게 된 여인이 복수를 벌이는 이야기다. 감독은 이를 통해 인간의 뇌 활용 능력에 궁금증을 던졌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뇌 용적의 10% 가량을 활용한다고 한다. 이를 개발해 20% 이상을 활용하게 되면 놀라운 일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아무도 거기까지 가보지 못했으니 감독의 황당한 상상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 수는 없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폭주 기관차처럼 무한 상상궤도를 달린다. 극 중 루시..

밤과 낮 (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여덟 번 째 영화 '밤과 낮'(2008년)은 이중성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딱히 이중성을 다룬 영화라고 단정하기 힘든 이유는, 그의 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워낙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다면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우연히 대마초를 얻어 피웠다가 잡힐까봐 파리로 몸을 피한 어느 유부남 화가의 이야기다. 설정부터 범상치 않아 웃음이 나온다. 이 작품은 서로 대립하면서 묘한 긴장관계를 불러 일으키는 이중적 요소들이 등장한다. 우선 서로 댓구를 이루는 제목부터 그렇다. 하루를 구성하는 밤과 낮은 상호보완적이면서 서로 함께할 수 없는 분리적인 요소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성남(김영호)과 아내 성인(황수정)이 있는 서로 다른 장소인 파리와 서울의 시간대를 의미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공간의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