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추억이 잔인한 흉기가 될 수 있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영화 '사랑의 추억'(Under The Sand, 2000년)은 지나간 추억 때문에 상처받고 괴로워 하는 여인의 이야기다. 어느 중년 부부가 휴가를 떠난 바닷가에서 남편이 홀연이 사라진다. 아내는 남편이 돌아올 것을 굳게 믿고 그와의 추억을 곱씹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난 진실은 오히려 아내에게 아픈 상처가 되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망자가 남긴 추억들이 잔인한 사랑의 흔적이 된 셈이다. 이 작품에서는 오종 감독 특유의 전매 특허인 동성애, 변태성욕이나 양성애 등 파격적인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오종 감독 특유의 파격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오종 감독이 파격적인 이야기와 영상만 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