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프랑소와 오종 11

크리미널 러버

보통 사람은 하기 힘든 생각과 행동에서 영화의 소재를 찾는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범죄 스릴러 '크리미널 러버'(Les Amants Criminels, 1999년)에서 살인범 커플을 등장시켰다. 여자친구의 꾐에 빠져 동급생을 살해한 남학생이 여자친구와 함께 숲으로 달아나는 내용이다. 하지만 숲에서는 또다른 미지의 사내가 그들을 사로잡아 가둔다. 마치 마녀가 잡아먹기 위해 살이 찌기를 기다리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그들은 사내의 포로가 돼 공포스런 나날을 보낸다. 범상치 않은 이야기만큼 오종 감독 특유의 엽기적 요소 또한 변함없이 등장한다. 잔혹한 살인과 절도, 강도 등 범죄행각, 여기에 동성애와 헤어누드, 성기노출 등 적나라한 에로티시즘이 날줄 씨줄처럼 얽혀 있다. 그 파격과 충격적인 영상이 주는 놀라움은 여..

시트콤

영화 '시트콤'(Sitcom, 1998년)은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판타지다. 어느날 아버지가 애완용 쥐를 사들고 온 이후로 가족들이 이상한 행동에 빠지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영화 속 가족들은 제목처럼 한 편의 시트콤같은 샹황을 연출한다. 가족들의 근친상간과 동성애, 변태성욕까지 포르노그래피같은 영상으로 가득하고, 급기야 사람이 거대한 괴물로 변하는 SF까지 녹아들었다. 오종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다른 영화들이 쉽게 하기 힘든 이야기를 실험했다. 그 바람에 오종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동시에 만만찮은 비난을 들으며 데뷔 신고 만큼은 확실히 했다. 오종의 부모는 "예술을 하려면 각종 공포와 폭력에 자신을 던지라"는 말과 함께 사드 후작의 작품을 추천할 만큼 파격적이었다고 한다. ..

바다를 보라

프랑소와 오종 감독은 언제나 기발한 이야기로 사람을 놀라게 한다. '바다를 보라'(See The Sea, 1997년)도 마찬가지. 영어의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장난 같은 제목에서 등장인물인 두 여인의 관계가 보인다. 같은 발음이지만 다른 뜻의 단어처럼,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오종은 불과 1시간이 채 안되는 52분의 시간 속에 최대한 긴장감을 압축시켰다. 작고한 미국의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적의 상영시간으로 꼽았다. 특히 로저 에버트는 이 작품에서 서스펜스의 교과서인 알프레드 히치콕을 읽었다. 히치콕은 서스펜스란 정작 행위가 일어났을 때 보다, 일어나는 과정에서 최고조에 이른다고 봤다. 이 영화도 그런 점에서 보면 히치콕 감독의 서스펜스 구조가 보인..

타임 투 리브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작품들은 범상치 않은 독특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여기에 파격적 영상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시청각적 충격을 더한다. 그런데 '타임 투 리브'(Le Temps Qui Reste, 2005년)는 다르다. 마치 김기덕 감독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자신의 내면에 침잠하듯 이 작품은 죽음에 천착한다. 사진작가인 로맹(멜빌 푸포)이 말기암 선고를 받고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 날들을 조용히 정리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과정이 오종 감독 답게 결코 범상치 않다. 사랑하지만 아픔을 주지 않기 위해 게이 연인과 결별을 하고, 간절히 아기를 원하지만 남편의 무정자증 때문에 괴로워하는 부부에게 아기를 선물한다. 우리네 문화로 보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지만 오종 감독은 이를 담담..

5X2

사랑이 찾아오는데 이유가 없다면 이별 또한 마찬가지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5X2'(Five Times Two, 2004년)는 사랑과 이별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독특하게 시간의 역순으로 진행된다. 즉, 부부의 이별부터 시작해서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인연의 시작으로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간다. 이 같은 방식은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 끝까지 보게 만든다. 프랑소와 오종의 작품들이 늘 그렇듯 이번 작품 역시 범상치 않다. 우연히 바닷가에서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두 사람은 언제부터인가 사랑이 식어 조용히 멀어져간다. 밀물처럼 밀려온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진 것처럼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랑은 이혼으로 막을 내린다. 프랑소와 오종은 심드렁한 일상을 탐미적인 카메라와 빈 공간을 끈끈하게 채우는 음악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