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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

울프팩 2012. 1. 7. 17:12

아서 코난 도일의 명작 '셜록 홈즈' 시리즈의 팬이라면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2011년)이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희대의 명탐정 셜록 홈즈를 007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의 설정대로라면 셜록 홈즈는 복싱과 일본식 무술인 바리츠, 변장술에 능하긴 하지만 영화처럼 매트릭스식 액션을 구사하는 것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에 홈즈를 돕는 의사 왓슨은 기관총과 대포까지 난사하며 영화를 미스테리극이 아닌 전쟁물로 바꿔 놓았다.

코난도일이 쓴 어떤 작품에도 이런 황당무계한 내용은 없다.
제작진이 참고한 작품은 '셜록 홈즈의 회상록'이라는 단편집에 실린 '마지막 문제'다.

이 작품은 범죄 세계 대왕인 모리어티 교수와 셜록 홈즈가 스위스의 라이헨바흐 폭포 위에서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다.
홈즈 시리즈 집필에 지친 코난도일이 더 이상 쓰기 싫어서 일부러 홈즈를 죽인 작품이다.

물론 독자들의 엄청난 항의를 받고 결국 죽은 것이 아니라 죽음을 가장한 것이라는 설정과 함께 홈즈는 다시 돌아온다.
영화는 딱 이런 설정만 빌려 왔을 뿐 이야기는 제멋대로 굴러간다.

굳이 이렇게 만들거라면 셜록 홈즈 대신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고도의 두뇌 플레이가 나오는게 아니라 요란하게 때려 부수는 물량 공세로 승부하는 영화인 만큼 셜록 홈즈가 꼭 필요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추측컨대, 세계적 캐릭터인 셜록 홈즈의 이름값에 빗대어 흥행을 노린 꼼수로 보인다.
하지만 감히 셜록 홈즈의 이름을 빌리기에는 이야기 전개나 추리가 너무 어설프다.

홈즈의 팬으로서 꼭 따귀를 맞은 느낌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홈즈를 모독했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한 권도 읽지 않았거나, 그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만 홀리기 좋은 작품이다.
셜록 홈즈를 제외하면, 총알이 빗발치고 포탄이 터지는 숲속 탈출장면과 달리는 기차에서 벌이는 총격전 등 슬로 모션으로 전개되는 액션 장면이 눈길을 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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