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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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검프(4K 블루레이)

"이제 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아들의 물음에 죽어가는 엄마가 대답한다. "그건 누구도 알려줄 수 없단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 속 같아서 이번에 집는 초콜릿이 어떤 맛일 지 아무도 몰라."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만든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년)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였다. 이는 곧 이 영화의 주제와도 일맥 상통한다. 영화는 도시 위를 떠가는 깃털로 시작해 운동화에 붙어 있다가 날려가는 깃털로 끝난다. 깃털이 바람에 날려 어딘가로 떠가듯 인생 또한 앞으로 어떻게 변할 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속 댄 중위처럼 열심히 노력하지만 뜻하지 않게 베트남 전쟁에서 부상을 당해 상이군인이 되기도 하고, 그저 여자친구의 "달려" 한마디만 맹목적으로 쫓아서 미식축구 경..

배트맨 비긴즈(4K 블루레이)

5번째 배트맨 시리즈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 2005년)는 요즘 영화의 트렌드가 되다시피 한 프리퀄이다. 주인공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이 부모가 살해당한 뒤 힘든 시절을 보내고 배트맨이 되기 전 7년 동안 세상을 떠도는 과정과 배트맨 마스크를 처음 쓴 1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히 영화의 분위기는 무겁다. 놀란 감독은 끝없는 고뇌 끝에 영웅이 태어나는 과정을 공포물처럼 처리해 액션에 치중한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했다. 어지러운 액션과 탱크 같은 배트카 못지않게 볼 만한 것은 화려한 조연들. 리암 니슨, 모건 프리먼, 마이클 케인, 와타나베 켄, 게리 올드만, 룻거 하우어 등 오히려 주연보다 유명한 조연들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영화를 빈틈없이 꽉 ..

블레이드 러너-파이널컷(4K 블루레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걸작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년) 만큼 논란이 된 작품도 드물다. 2019년 미래를 배경으로 탈출한 복제인간과 이들을 쫓는 형사의 대결을 다룬 이 작품은 난해한 줄거리로 개봉 당시 평단의 평론이 엇갈렸다. 대부분 혹평을 퍼붓기 일수였고 그 바람에 영화는 개봉 당시 흥행에 참패했다. 그만큼 영화 줄거리를 둘러싼 논란이 많았다. 특히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형사 데커드의 정체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시비가 가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리들리 스콧의 영상미학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걸작으로 추앙받고 있다. 여러 편의 작품이 영화화된 유명 SF 작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

아토믹 블론드(4K 블루레이)

냉전시대에 베를린은 스파이의 천국이었다. 이념과 이권에 따라 갈린 전 세계 스파이들이 베를린에서 암약하며 철의 장막 뒤에 얽힌 비밀을 캐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의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 2017년)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다. 냉전시대 베를린에서 암약한 동서 진영의 스파이, 그중에서 영국 MI6에서 활약한 스파이에 초점을 맞췄다. MI6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매력 만점의 멋쟁이 신사인 007 제임스 본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잘 생긴 근육질의 마초 스파이가 아니라 매력적인 여간첩이다. 그렇지만 성을 무기로 내세운 하늘하늘한 여성이 아니라 더할 수 없이 냉혹하고 필요하다면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여전사다. 여주인공 로레인을 맡은 인물은 샤를리즈 테론..

위대한 레보스키(4K 블루레이)

코엔 형제가 각본을 쓰고 연출 및 제작한 '위대한 레보스키'(The Big Lebowski, 1998년)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숨은 걸작이다. 뚜렷한 일거리 없이 볼링이나 치면서 빈둥빈둥 살아가는 레보스키가 어느 날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행복하고 여유 있는 미국판 '현대 생활 백수'다. 레보스키를 맡은 제프 브리지스의 느물 느물한 연기는 물론이고 유쾌한 내용에 걸맞게 나른하고 편안하게 깔리는 음악들도 일품이다.직업도 없이 하루하루 유유자적하게 아무 계획 없이 살아가는 레보스키는 어찌 보면 바쁜 직장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 그만큼 무한 경쟁이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요즘 레보스키는 반동적 캐릭터이기도 하다.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에 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