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아토믹 블론드(4K 블루레이)

울프팩 2018. 10. 9. 15:33

냉전시대에 베를린은 스파이의 천국이었다.

이념과 이권에 따라 갈린 전 세계 스파이들이 베를린에서 암약하며 철의 장막 뒤에 얽힌 비밀을 캐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의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 2017년)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다.

냉전시대 베를린에서 암약한 동서 진영의 스파이, 그중에서 영국 MI6에서 활약한 스파이에 초점을 맞췄다.


MI6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매력 만점의 멋쟁이 신사인 007 제임스 본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잘 생긴 근육질의 마초 스파이가 아니라 매력적인 여간첩이다.


그렇지만 성을 무기로 내세운 하늘하늘한 여성이 아니라 더할 수 없이 냉혹하고 필요하다면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여전사다.

여주인공 로레인을 맡은 인물은 샤를리즈 테론이다.


샤를리즈 테론은 '이온 플럭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등 액션물에서 훌륭한 액션을 선보였지만 '몬스터'에서 보여준 투박한 액션이 압권이었다.

이 작품에서도 살과 뼈가 부딪치며 피가 튀는 실감 나고 투박한 액션을 선보였다.


특히 건물의 좁은 계단에서 여러 명의 적들과 벌이는 격투 장면과 막판 블라디미르 비소츠키의 '말'이 흐르는 가운데 슬로 모션으로 펼치는 액션이 일품이다.

'백야'에서 가슴을 절절하게 울렸던 비소츠키의 노래가 드라마 '미생'에 이어 이렇게 쓰일 줄 몰랐다.


계단 격투 장면과 막판 슬로 모션 액션은 서로 결이 다르다.

계단 격투 장면이 '본' 시리즈에 가깝다면 슬로 모션 액션은 마치 오우삼의 홍콩 누아르를 보는 듯 스타일리시하고 정제돼 있다.


원래 스턴트에 일가견이 있는 데이비드 리치 감독은 이렇게 한 작품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액션 스타일을 선보였다.

내용은 스파이들의 비밀정보를 갖고 있는 동독 비밀경찰 출신의 밀고자를 빼돌리기 위한 영국과 소련 스파이들의 암투를 다뤘다.


여기에 이중 첩자가 끼어들면서 그의 정체를 둘러싼 추리소설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액션 일변도로 흐르지 않는 두뇌싸움이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요즘에 호흡 빠른 액션물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존 르 카레나 프레드릭 포사이드 같은 정통 첩보물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여성 스파이가 활약하는 이 작품에서 요즘 액션물과는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원작은 안토니 존스턴이 글을 쓰고 샘 하트가 그림을 그린 그래픽 노블 '콜디스트 시티'다.

국내에 스틸북으로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디스크 등 2장으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전체적으로 소프트한 느낌의 영상이지만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이 선명하다.


DTS X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적절하게 발휘된다.

저음이 묵직하게 울리며 적당히 퍼지는 반사음이 듣기 좋다.


부록으로 감독과 편집자의 음성해설, 삭제 장면, 제작과정, 액션 연기, 연출과 싸움 장면 분석, 시각화 작업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모두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음성해설은 4K와 일반 블루레이에 모두 들어 있으며, 나머지 부록들은 일반 블루레이에만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연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은 제작도 겸했다.

스턴트맨 출신인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은 '존 윅' 시리즈와 '데드풀 2'를 연출했다.

주인공이 독일 베를린 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은 실제 베를린에서 촬영.

CF처럼 감각적인 영상은 조나단 셀라가 촬영. 그는 '데드풀 2'와 '존 윅' '맥스 페인'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등을 찍었다.

베를린 장벽은 외벽과 27미터 간격을 두고 서 있는 내벽 등 이중벽이다. 두 벽 사이에 죽음의 땅이라고 부르던 모래가 깔린 공간이 있었고 여기를 무장군인들이 수시로 순찰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스토커' 영화 포스터가 붙은 키노 인터내셔널 극장 장면은 실제 동베를린의 알렉산더 광장에서 촬영.

제작진은 영화의 상당 부분을 부다페스트의 여러 곳에서 촬영.

제작진은 부다페스트의 황무지를 빌려서 길이 76미터, 높이 3.6미터 베를린 장벽 세트를 목재로 만들었다. 여기에 그라피티 전문가들이 낙서를 해 1989년의 베를린을 재현했다.

스파이물에서 정사 장면이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여성의 동성애가 등장한다.

샤를리즈 테론은 3개월 동안 액션스쿨에서 맹훈련을 통해 액션 연기를 익혔다.

샤를리즈 테론은 호된 액션 연습을 하다가 이를 너무 세게 물어서 치아에 금이가 치과 치료를 받았다.

액션 연기는 감독이 공동 운영하는 87일레븐이라는 스턴트 전문회사 소속의 스턴트맨들이 맡았다.

영화는 픽션과 실제를 섞어서 구성했다.

옛 베를린의 황량한 풍경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알렉사 카메라에 애너모픽 렌즈를 사용해 좌우가 2배 넓게 보이도록 촬영.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아토믹 블론드 (1Disc 렌티큘러 스틸북 한정판) : 블루레이
데이빗 레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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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레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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