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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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블루레이)

2016년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 논란을 부른 작품이다. 한 여성의 30여 년 삶을 조망한 이 작품은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다뤘는데 이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일었다. 페미니즘 진영에서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옹호한 반면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쪽에서는 지나친 과장이자 피해의식의 확대로 봤다. 이를 원작으로 한 김도영 감독의 '82년생 김지영'(2019년) 또한 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원작을 둘러싼 논쟁이 그대로 전이돼 개봉 전부터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과연 페미니즘 논란이 일만한 작품인지 의문이 든다. 영화의 소재 자체가 성평등의 한계를 지적할 만한 사회 구조적 문제보다는 한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블루레이)

성경에서 구약의 '출애굽기'는 신약의 '요한 묵시록'과 더불어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다. 요한 묵시록이 지옥도의 판타지를 묘사했다면 출애굽기는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영웅적 투쟁담을 담았다. 그렇기에 영화로 만들기 참 좋은 소재다. 애굽, 즉 이집트로부터 유대민족의 대탈출(엑소더스)을 그린 출애굽기를 다룬 영화 중에 세실 B 드밀 감독이 1956년에 만든 '십계'가 가장 유명하다. 다른 부분을 다 제쳐두고 찰튼 헤스톤(Charlton Heston)이 연기한 모세가 지팡이를 들어 바다를 가르마 타듯 두쪽으로 가르는 장면이 스펙터클의 정수를 보여줬다. 덕분에 출애굽기라면 성경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십계'의 이 장면을 떠올릴 만큼 상징적인 아이콘이 됐다. 그 뒤로도 출애굽기를 다룬 영화..

할로윈 킬즈(4K)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의 '할로윈 킬즈'(Halloween Kills, 2020년)는 할로윈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영화다. 여전히 가면을 쓴 잔혹한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가 온 마을을 휘젓고 다니며 잔혹한 살인을 벌인다. 마이어스는 총을 맞아도 죽지 않는 불사신 같은 존재이며 엄청난 괴력을 지닌 초인적인 악당이다. 전작들에 비해 그가 휘두르는 폭력의 강도가 한층 강해졌다. 눈을 터뜨리고 형광등으로 목을 꿰뚫으며 도끼를 휘두르는 등 잔혹한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 바람에 시체 또한 시리즈 중에 가장 많이 나온다.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록을 보면 살인 장면에 등장하는 시체만 31 구다. 그만큼 마이어스를 좋아하는 공포영화 팬이라면 환호할 만하다. 하지만 이전 시리즈를 보지 않은 상태라면 밑도 끝도 없는..

역린(블루레이)

정유년인 1777년 7월 28일 벌어진 정유역변은 참으로 드라마틱한 사건이다. 왕정국가인 조선에서 절대 권력인 왕을 신하들이 암살하려다 실패해 몰살당했다. 사건의 발단은 주모자로 알려진 홍상범의 아버지인 황해도 관찰사 홍술해가 관의 재산을 부당하게 빼돌렸다가 흑산도로 귀향 가면서 시작됐다. 요즘으로 치면 횡령을 한 셈이다. ◇조선시대 최초의 왕의 호위군관이 가담한 역모사건 아들 홍상범은 아버지가 억울하게 누명을 섰다고 생각해 노론 벽파와 손잡고 정조를 죽인 뒤 서자인 은전군 이찬을 추대하려는 역모를 꾸민다. 그는 왕의 호위군관 강용휘를 포섭해 궁으로 들어갈 길을 텄다. 강용휘는 궁인이었던 딸 강월혜와 조카인 궁중별감 강계창, 천민 출신 장사꾼 전흥문을 끌어들여 암살 사건을 준비한다. 강용휘와 전흥문은 강..

레이드2(블루레이)

가렛 에반스(Gareth Evans) 감독이 만든 '레이드'는 인도네시아 액션 영화를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실랏이라는 인도네시아 고유 무술을 이용해 피가 튀는 과격한 액션으로 세계의 무술영화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옹박'의 토니 자처럼 어려서부터 실랏을 연마한 주연 배우 이코 우웨이스(Iko Uwais)도 일약 스타가 됐다. '레이드 2'(The Raid 2: Berandal, 2014년)는 전편의 영광을 이어받은 속편이다. 전편처럼 가렛 에반스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은 원래 부제인 '브란달'이라는 제목으로 전편보다 먼저 기획됐다. 에반스 감독이 이 작품의 각본을 써놓고 2년 동안 제작자를 찾았으나 아무도 나서지 않자 마냥 놀 수 없어 전편을 먼저 찍었다. 그런데 전편이 뜻밖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