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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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더 다크2(4K)

때로는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소리를 듣는 것 말고 볼 수 없는 어둠 속이라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로도 사야구에즈(Rodo Sayagues) 감독의 '맨 인 더 다크 2'(Don't Breathe 2, 2021년)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스릴러 영화다. 과거 네이비 실 출신의 참전 용사인 노인(스티븐 랭 Stephen Lang)은 수류탄 폭발로 시력을 잃어 앞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뛰어난 청각과 촉각을 무기로 앞을 보는 사람들 못지않은 뛰어난 싸움 실력을 보여준다. 물의 파동을 이용하고 작은 방울 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는 노인은 어둠 속에서 치명적인 인간 병기로 거듭난다. 그런 노인에게서 살아남는 방법은 영어 제목처럼 숨조차 쉬지 않는 수밖에 없다. 전작이 맹인 노인의 ..

군도: 민란의 시대(블루레이)

윤종빈 감독의 '군도'(2014년)를 보면 윤 감독이 서부극을 꽤 좋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의적들을 다룬 영화지만 액션이나 음악, 무기 등이 마치 서부극을 연상케 한다. 내용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실존했던 도적으로 알려진 추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깊은 산골에 은거한 채 무리를 지어 탐관오리나 못된 지주 양반을 털어 양식을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도적떼들이 주인공이다. 도적들은 쌍칼을 잘 쓰거나 유성추 같은 쇠뭉치를 잘 쓰는 인물, 활의 명수와 검의 달인 등 저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이 특기를 살려 백성을 보호하고 탐관오리를 치는 모습은 마치 서부극 '황야의 7인' 같다. 아닌 게 아니라 '뭉치면 백성, 흩어지면 도적'이라는 구호 아래 말을 타고 석양이 드리운 들판을 달리는 도..

부그와 엘리엇(블루레이)

로저 알러스와 질 커튼, 앤서니 스타키 세 사람이 공동 감독한 '부그와 엘리엇'(Open Season, 2006년)은 소니픽처스가 처음으로 만든 장편 만화영화다. 내용은 곰 부그와 사슴 엘리엇이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뒤 함께 모험을 헤쳐 나가는 일종의 동물 버디영화다. 영화는 두 주인공이 숲으로 들어가서 본격적인 사냥철(open season)을 맞아 다른 동물들과 합심해 사냥꾼들을 물리치는 과정을 통해 우정이 쌓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가족 애니메이션이 그렇듯 예측 가능한 뻔한 스토리에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영상은 웃음을 유발하려고 의외로 폭력적인 장면을 마다하지 않아 다소 당황스럽다. 토끼를 창에 집어던져 친구를 깨우고, 사슴뿔을 잡고 벼랑에서 흔들거나 ..

스콧 필그림(4K)

에드거 라이트(Edgar Wright) 감독의 '스콧 필그림'(Scott Pilgrim Vs. The World, 2010년)은 감각적이고 재기 발랄한 영화다. 캐나다 만화가인 브라이언 리 오말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록밴드의 베이스 연주자인 스콧 필그림(마이클 세라 Michael Cera)의 사랑과 이별을 다뤘다. 친구 집에 묻어 살면서 록밴드 섹스바밤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는 스콧은 어느 날 미모의 여성 라모나(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Mary Elizabeth Winstead)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라모나를 만나려면 옛 애인 7명을 싸워 물리쳐야 한다. 그때부터 라모나의 사랑을 얻기 위한 스콧의 싸움이 시작된다. 영화의 구성은 마치 차례로 중간 보스들을 깨트리고 목적지에 도..

19곰 테드(블루레이)

세스 맥팔레인(Seth MacFarlane) 감독의 '19곰 테드'(Ted, 2012년)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기발한 상상력의 승리다. 이 작품은 발칙한 성적 농담과 화장실 유머로 무장한 성인들의 동화다. 내용은 주인공 존(마크 월버그 Mark Wahlberg)이 어려서 성탄절 선물로 받은 곰인형 테드가 어느 날 갑자기 번개를 맞고 나서 사람처럼 말을 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맥팔레인 감독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귀엽고 예쁜 곰인형을 어른 뺨치는 능글맞고 음탕한 존재로 바꿔 놓았다. 곰인형 테드는 존과 어울려 대마초를 피우며 밤새도록 야한 비디오를 보며 하루 종일 성적 농담을 일삼는다. 그 농담이 어찌나 걸고 질퍽한지 민망할 정도다. 오히려 존이 테드에게 물들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곰인형의 비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