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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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케인(4K)

오손 웰즈(Orson Welles) 감독의 '시민 케인'(Citizen Kane, 1941년)은 따로 말이 필요 없는 교과서 같은 영화다. 전 세계 주요 영화 관련 단체 등에서 영화 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늘 꼽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천재로 일컬어지는 웰즈가 불과 25세 나이에 영화 데뷔작으로 내놓았다. 내용은 수많은 언론사를 장악해 언론 황제가 됐던 찰스 케인이 죽는 순간 남긴 '로즈버드'라는 유언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교과서 같은 영화 주인공인 찰스 케인은 당시 퓰리처와 함께 옐로 저널리즘 바람을 일으켰던 언론 황제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를 모델로 한 인물로, 실화와 허구가 섞이면서 막강한 힘을 가졌던 허스트를 정면으로 비판해 화제가 됐다. 케인..

인사이드 르윈(블루레이)

1960년대는 미국이나 우리나 포크음악의 시대였다.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우리 대중문화는 1960년대 쎄시봉을 중심으로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등 포크 가수들이 주류를 이루며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도 마찬가지. 밥 딜런으로 대표되는 미국 포크음악은 존 바에즈, 피터 폴 앤 메리를 거쳐 사이먼 앤 가펑클까지 미국의 서정적인 감성을 대변했다. 조엘과 에단 등 코엔 형제가 이번에는 1960년대 포크 음악에 꽂혔다. 그들이 만든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2013년)은 밥 딜런이 등장하기 전인 1960년대 미국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불운한 포크 가수의 삶을 다뤘다. 카페를 전전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포크 가수 르윈(오스카 아이삭)은 불투명한 미래 못..

프랭크(블루레이)

레니 에이브러햄슨(Lenny Abrahamson) 감독이 만든 '프랭크'(Frank, 2014년)는 소론프르프브스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 슬픈 코미디다. 웃긴 장면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밴드의 중심인물 프랭크(마이클 패스벤더 Michael Fassbender)는 독특하다. 자신의 얼굴을 숨긴 채 아주 커다란 탈을 쓰고 노래한다. 마치 복면가왕처럼 얼굴을 가려야만 자신 있게 행동하고 제대로 능력을 보여준다. 무대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탈을 쓰고 산다. 음식은 빨아먹을 수 있는 유동식 위주로 먹고, 잘 때도 커다란 탈을 쓰고 잠든다. 프랭크에게 탈은 곧 얼굴이다. 이 밴드에 어느 날 키보드를 연주하는 존(돔놀 글리슨 Dom..

목격자(블루레이)

신문방송학과 혹은 언론학부 교재에 오랫동안 언론보도의 영향력으로 소개된 유명한 사례가 있다. 바로 '방관자 효과'로 알려진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이다. 1964년 3월,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면에 살인사건 기사를 보도했다. 한밤중에 집에 가던 28세 여성 키티 제노비스가 윈스턴 모즐리라는 범인에게 살해당한 사건이었다. 911을 낳은 '방관자 효과' 보도 당시 NYT는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칼에 찔리는 35분 동안 주변 건물에서 38명이 목격하고도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고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충격적인 내용의 이 보도는 많은 사람들이 구경꾼처럼 서로 눈치만 보다가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 방관자 효과라는 말을 낳았고, 급기야 미국 정부에서 긴급전화의 ..

수면의 과학(블루레이)

미셀 공드리(Michel Gondry) 감독의 '수면의 과학'(La Science des reves, 2006년)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메시지가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 영화다. 우선 내용부터 난해하다. 인쇄소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스테판(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Gael Garcia Bernal)은 이웃집에 사는 여성 스테파니(샤를르 갱스부르 Charlotte Gainsbourg)를 좋아한다. 둘은 서로 오가며 친하게 지내지만 가까워질 듯하면서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된다. 특이한 것은 스테판의 꿈이 현실과 뒤섞여 진행되는 점이다. 문제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뒤섞이다 보니 앞뒤 맥락이 닿지 않고 이야기가 뚝뚝 끊어져 도대체 무슨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