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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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4K 블루레이)

예전에 미 우주항공국(NASA)은 최악의 SF 영화로 '2012'(2009년)를 꼽았다. 재난 영화 전문가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은 태양의 이상 활동으로 중성미자가 증가하면서 지구에 과도하게 쏟아진 중성미자가 지구의 핵을 끓어오르게 만들어 지각이 제멋대로 흔들리고 화산 폭발, 해일 등 각종 재난이 발생해 인류가 멸망하는 내용이다. 개봉 당시 영화를 본 사람들이 실제로 인터넷 등을 통해 걱정을 쏟아내자 NASA에서 영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웹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NASA가 이 작품을 최악의 SF 영화로 꼽은 것도 같은 이유다. NASA는 태양의 중성미자가 전파 수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지구의 핵을 녹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블루레이 부록에서 자연재해를 경고하기 위해..

여고괴담5 동반자살

시리즈 10주년을 기념해 나온 이종용 감독의 '여고괴담 5 동반자살'(2009년)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1편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호불호가 갈리면서 부침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섭지 않다는 점이다. 공포물이 공포스럽지 않다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로 최악이다. 내용은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기로 우정 어린 맹세를 한 여고생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같은 맹세를 한 여고생 중에 한 명이 자살하면서 나머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겪는 얘기다. 영화는 도대체 죽은 친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을 캐내는 미스터리식 방법으로 접근한다. 각종 추측들이 난무하면서 뜻밖에 사건들이 밝혀지는데 이 과정에서 시리즈 전반에 깔리는 성적에 대한 중압감, 여고생들..

미드웨이(4K 블루레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미드웨이(Midway) 전투는 미국과 일본이 싸운 태평양 전쟁의 향방을 바꿨다. 1942년 6월 4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미드웨이섬 인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일본 해군은 최정예 항공모함 4척을 모두 잃고 3,000명이 전사했다. 이 전투로 당시 일본 해군에 비해 열세였던 미국 해군은 우위로 돌아서며 태평양 전쟁 자체를 유리하게 바꿔 놓았다. 미드웨이 전투 이전까지 미군은 일본에게 진주만 기습을 당해 하와이(Hawaii)의 진주만(Pearl Harbor)에 정박했던 상당수 전함을 잃은 상태였다. 다행히 진주만 기습 당시 멀리 나가 있던 미군 항공모함들은 공격을 받지 않았다. 진주만 기습을 입안했던 일본 해군의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은 이를 불안하게 여겼다. 당시 일본 군부는 그때..

체르노빌(4K 블루레이)

기억을 더듬어보면 1986년은 온통 서울 아시안게임으로 시끄러웠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요란하게 아시안게임을 띄웠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국내에서는 그해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자력 발전 폭발 사고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체르노빌은 당시 구 소련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다. 체르노빌 발전소와 프리퍄티는 어떤 곳 체르노빌로 알려진 V.I 레닌 원자력 발전소는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 근처 작은 마을인 체르노빌에서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1970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건설됐다. 발전소를 지으면서 여기서 일할 사람들을 위해 발전소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프리퍄티라는 계획도시, 즉 아토모그라드라는 원자력 도시도 만들었다. 나중에 ..

사라진 시간(블루레이)

배우 정진영이 감독한 '사라진 시간'(2019년)은 참 어리둥절한 영화다. 동일한 상황에 같은 인물이 등장해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니 황당하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맨 처음 사전 정보 없이 봤을 때는 주인공이 다중인격인 줄 알았다. 마을에 발생한 화재 때문에 사람이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투입된 형사(조진웅)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어느 순간 마을 학교의 교사가 돼 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화재가 나서 죽은 집주인으로 둔갑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도 상황에 맞게 같이 변했으면 모르겠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대로다. 오로지 조진웅이 연기한 주인공의 정체만 계속 달라진다. 그렇다 보니 앞 뒤 이야기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나중에는 주인공이 꾸는 일장춘몽 같은 꿈 얘기인가 싶었다. 결국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