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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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블루레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전 세계가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로 들끓는 요즘 파티 아킨 감독의 '심판'(Aus dem Nichts, 2017년)이 유독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목을 짓누르는 바람에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는 쿠르드인이라는 이유로 이유 없이 죽어간 누리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실화에 근거한 이 작품은 독일의 네오 나치들이 저지른 인종 차별 범죄를 다루고 있다. 독일에 이민 가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쿠르드족 출신의 터키인 누리(너맨 아카)는 어느 날 가게 앞에 설치한 폭탄이 터지면서 아들과 함께 처참하게 죽는다. 이민자를 혐오하는 네오나치들의 소행이었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독일 여성 카티아(다이앤 크루거)는 사고 전 목격한 기억을 더듬어 ..

롱 리브 더 킹(블루레이)

버드나무숲이 그린 웹툰을 원작으로 한 강윤성 감독의 영화 '롱 리브 더 킹'(2019년)은 목포의 유명한 조폭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이야기다. 목포 건달 장세출(강래원)은 어느 날 용역 깡패를 동원한 철거 현장에서 철거민들 편에 서서 투쟁하는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그때부터 장세출은 본업인 깡패짓을 때려치우고 여인의 마음을 사기 위해 개과천선한다. 산동네 독거노인의 변소를 치우는가 하면 식당 주방일까지 한다. 그러던 중 약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선거에 출마했던 황보윤(최무성)이 다치면서 졸지에 장세출이 국회의원 후보가 된다. 상대는 보수 정당의 3선 의원 최만수(최귀화)다. 검사 출신 최만수는 당선을 위해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하는 등 수단을 가리지..

죠스(4K 블루레이)

'죠스'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때 손바닥만 한 삼중당 문고를 통해서였다. 내용은 미국 어느 바닷가 마을에 식인 상어가 나타나 사람들을 습격하는 이야기다. 당시 피터 벤칠리의 원작을 읽으며 백상아리의 습격이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았다. 커다란 상어를 본 일도 없을뿐더러 바닷속에서 소리 없이 습격하는 상어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활자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뒤 TV에서 방영해 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Jaws, 1975년)를 보고 나서 상어의 습격이라는 것이 상상 이상의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영화는 벤칠리의 원작을 뛰어넘는 시각적 힘이 있다.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그리던 백상아리의 존재부터 선박을 물어뜯는 가공한 공격력을 눈으..

닥터 두리틀(4K 블루레이)

국민학교 시절 재미있게 읽은 동화책 중에 계림문고에서 나온 '둘리틀 선생 항해기'가 있다. 한 권짜리로 된 이 책은 동물의 말을 배운 수의사가 세계 각지를 돌며 동물들과 희한한 모험을 벌이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나중에 알고 보니 휴 로프팅이 쓴 12편짜리 '둘리틀 선생 여행' 시리즈 중에 일부를 발췌한 책이었다. 스티븐 개건 감독의 '닥터 두리틀'(Dolittle, 2020년)도 이 시리즈 가운데 두 번째인 '둘리틀 선생의 바다여행'이 원작이다. 내용은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수의사 둘리틀(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중병에 걸린 영국 여왕을 위해 약을 구해오는 이야기다. 여기에 겁 많은 고릴라, 기린, 앵무새, 북극곰 등 다양한 동물들이 가세해 사람과 동물이 하나가 된 모험을 벌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컴퓨..

포드 v 페라리(4K 블루레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포드 v 페라리'(FORD v FERRARI, 2019년)는 1960년대 세계 최고의 자동차 자리를 놓고 미국의 포드와 이탈리아의 페라리가 치열하게 다툰 실화를 다룬 영화다. 특히 포드와 페라리는 매년 6월 프랑스 르망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 르망 24의 우승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자동차 업체의 자존심이 달린 르망 24 미국의 인디애나폴리스 500, 모나코 그랑프리와 함께 자동차 경주의 트리플 크라운으로 꼽히는 르망 24는 특이한 대회다. 정해진 거리를 빠르게 주파하는 다른 자동차 경주와 달리 이 대회는 24시간 동안 더 많은 거리를 달려야 우승한다. 그만큼 빠르고 오래 달릴 수 있는 튼튼한 자동차가 승리한다. 페라리가 이 대회를 석권한 반면 미국은 1959년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