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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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던리치 소멸의 땅(블루레이)

모르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은 배가 된다. 자고로 공포란 무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면 더더욱 무서울 수밖에 없다. 모든 공포영화와 외계 생명체를 다룬 SF영화들은 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그 존재가 가공할 만큼 크거나 아예 보이지 않게 작다는 정도.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서던 리치 소멸의 땅'(Annihilation, 2018년)에 등장하는 적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 속 외계 생명체는 바이러스와 흡사하다. 어느 날 바닷가 숲 속에 벼락 치듯 찾아온 외계 생명체는 숙주가 될 생명체에 침입해 세포를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처럼 숙주의 세포를 복제하고 변이를 일으킨다. 그 모습이 때로는 기이하고 때로는 끔찍하다. 마치 사람이 되려다 그..

아임 낫 데어(블루레이)

밥 딜런(1941~)은 다재다능한 예술가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이면서 화가이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이다. 서부극 '관계의 종말'을 비롯해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유대인인데도 기독교에 빠져 가스펠을 부르며 복음을 전파했다. 한 가지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이토록 여러 가지 분야에서 활약한 것을 보면 타고난 천재인 모양이다. 특히 그가 대중음악에 미친 영향은 독보적이다. 1960년대 딜런의 포크 음악은 당시 플라워 무브먼트와 함께 미국을 휩쓸었다. 단순히 유행가로 인기를 얻는데 그친 것이 아니다. 평화와 반전, 차별 반대와 화합을 부르짖은 정치색 강한 그의 노래들은 그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를 내뿜는 선동이었다. 1963년 발표한 앨범 'Freewheeling'이 대표적으로, 대중뿐 아니라 많은 영미권 ..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4K 블루레이)

팀 밀러 감독의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Terminator: Dark Fate, 2019년)는 한마디로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다. 아니,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만든 영웅들이 돌아왔다. 그중에서 단연 반가운 인물은 제작자로 참여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다. 아무래도 터미네이터 1,2편을 감독하며 시리즈를 창시한 인물이어서 그의 귀환은 감독이 아니어도 반갑다. 카메론 감독은 단순히 멀찍이 떨어져서 제작에만 참여한 것이 아니다. 각본까지 공동으로 쓰며 그동안 팬들이 떠나버린 시리즈를 복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때로는 그 노력이 지나쳤는지 정작 연출을 맡은 팀 밀러 감독하고 불화를 빚었다. 카메론 감독은 자신이 낳은 자식 같은 작품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이것이 결국 치명적인 감독 권한에 대한 간섭으로까지 이어..

미녀삼총사3(4K 블루레이)

'미녀 삼총사'는 원래 미국 ABC TV의 이반 고프와 벤 로버츠가 1976년부터 1981년까지 제작한 TV 시리즈물이다. 시즌5에 걸쳐 방영한 이 시리즈는 거부인 찰리가 탐정 사무소를 만들어 3명의 미녀를 고용해 각종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형사 콜롬보' '스타스키와 허치' 등 남성들이 주를 이루던 기존 탐정물이나 형사물과 달리 여성들이 팀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파라 포셋, 재클린 스미스, 케이트 잭슨 등 3명의 배우가 주연을 맡았고 나중에 파라 포셋과 케이트 잭슨이 빠지고 세릴 래드, 셀리 핵, 태니아 로버츠가 투입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방영 당시 '600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등 다른 외화 시리즈에 비해 인기가 덜했다. 그래도 출연 배우였던 파라 포셋, 재클린 스미..

왓치맨(얼티밋 컷, 블루레이)

슈퍼 히어로물에 철학적 깊이를 부여한 작품을 꼽는다면 단연 앨런 무어의 그래픽 노블 '왓치맨'이다. 이 작품은 핵 전쟁에 대한 공포와 매카시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을 배경으로 자경단처럼 활약한 초영웅들의 선악을 넘나드는 고뇌를 다뤘다. 1987년부터 88년까지 12권으로 발행된 원작은 마치 철학의 존재론과 인식론을 날줄과 씨줄로 삼은 듯한 깊이감과 메시지 덕분에 만화로는 유일하게 1988년 SF최고 권위상인 휴고 상을 받았고, 타임지 선정 1923년 이후 발간된 100대 소설에 들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주제가 심오하고 묵직하다. 이를 '300'의 잭 스나이더 감독이 훌륭한 영상(Watchmen, 2009년)으로 옮겨 놓았다. 원작의 기기묘묘한 캐릭터를 그대로 재현했고, '매트릭스'를 연상케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