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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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4K 블루레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감독상, 작품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2019년)는 미국 현대사의 충격적인 사건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1969년 8월 9일에 찰리 맨슨 일당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부인이자 여배우인 샤론 테이트를 잔혹하게 살해한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미국을 떠돌던 찰리 맨슨 일당은 마약에 취해 샤론 테이트와 친구들을 다른 사람으로 오인해 총으로 쏘고 칼로 난도질을 해 죽였다. 당시 샤론 테이트는 임신 8개월이었다. 어려서부터 감옥을 들락거린 찰리 맨슨은 수감 시절 기타를 배워 1967년 출소한 뒤 작곡도 하고 노래도 열심히 불렀다. 그때 만든..

안나(블루레이)

고독한 영웅이 어려운 상황을 혼자 헤쳐나가는 이야기는 뤽 베송 감독이 꽤나 좋아하는 설정이다. 그가 감독한 '레옹' '니키타' '루시'가 모두 이런 이야기들이고 각본을 쓴 '콜롬비아나' '테이큰'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안나'(Anna, 2018년)도 이름을 더했다. 구 소련의 비밀경찰 KGB에 픽업돼 살수(殺手)로 육성된 미모의 여인 안나(사샤 루스)가 KGB와 CIA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며 자유를 향해 몸부림을 치는 내용이다. 언제나 그렇듯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주인공은 신출귀몰한 싸움 솜씨로 적들을 물리치고 빠져나온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가녀린 여성이 적들을 짚단 쓰러트리듯 무찌르는 액션에 방점이 찍힌 영화다. 일류 스턴트팀이 가세해 만든 액션은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아귀가 ..

내가 만난 봉준호

개인적인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지 않으려 하는데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은 역사적인 일이기에 그 감격과 감동을 간직하고자 옛 기억을 더듬어 봤다.오래전 영화담당 기자 시절 봉준호 감독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래 봐야 워낙 오래전 일이고 그 뒤로 이어진 인연이 아니어서 딱히 봉 감독을 안다고 내세울 만한 일은 아니다.그래도 소중했던 기억이고 그 만남이 워낙 즐거웠으며 그때도 작은 감동을 받았었기에 보관하는 취재수첩 더미를 다시 뒤적여 봤다. 2003년, DVD 마니아 봉준호를 만나다(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0310210018607487) 2003년 10월 13일.신문사 근처 '한마당'이라는 카페에서 봉 감독과 인터뷰 약속을 했다. 당시 봉 감독은 '..

인터뷰 2020.02.12

원데이(블루레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데이비드 니콜스의 소설 '원데이'는 독특한 연애소설이다. 1988년부터 20년간 매년 7월15일에 벌어지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성 스위딘 축일(Saint Swithin's Day)이라고 부르는 7월15일은 영국 사람들에게 특별한 날이다. 사후에 수호 성인으로 축성된 윈체스터 대성당의 스위딘 주교를 기리는 이날 대성당 앞 그의 묘 위에 비가 내리면 40일간 비가 쏟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소설은 이날 두 남녀의 사랑과 운명이 엇갈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교 졸업식에 우연히 만난 동창생인 두 남녀는 하룻밤을 보낸 뒤 만남과 이별을 거듭한다. 어떨때는 애뜻함과 즐거움이 이어지고 어떨때는 무심함과 무관심으로 서로를 찾지 않는다. 그러면서 20년이 ..

악질경찰(블루레이)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에서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와 그에 걸맞는 깔끔한 연출, 현란한 액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그가 직접 쓰고 각색한 시나리오와 탄탄한 연출이 돋보였다. 덕분에 그가 연출한 '악질경찰'(2018년)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높았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내용은 부패한 형사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목숨을 건 모험을 벌이는 이야기다. 주인공 조필호(이선균) 형사는 조폭이 짓는 건물에 투자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의 증거물 보관 창고를 터는 황당한 계획을 세운다. 많고 많은 곳을 놔두고 솜씨좋은 도둑을 동원해 터는 곳이 경찰의 증거물 보관 창고라니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설정이다. 더 많은 돈이 나올 곳도 많은데 제일 위험천만한 곳을 노리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