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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악질경찰(블루레이)

울프팩 2020. 2. 8. 13:25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에서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와 그에 걸맞는 깔끔한 연출, 현란한 액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그가 직접 쓰고 각색한 시나리오와 탄탄한 연출이 돋보였다.

 

덕분에 그가 연출한 '악질경찰'(2018년)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높았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내용은 부패한 형사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목숨을 건 모험을 벌이는 이야기다.

주인공 조필호(이선균) 형사는 조폭이 짓는 건물에 투자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의 증거물 보관 창고를 터는 황당한 계획을 세운다.

 

많고 많은 곳을 놔두고 솜씨좋은 도둑을 동원해 터는 곳이 경찰의 증거물 보관 창고라니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설정이다.

더 많은 돈이 나올 곳도 많은데 제일 위험천만한 곳을 노리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러 그러기라도 하듯 증거물 보관 창고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며 조필호의 계획은 송두리째 엎어진다.

이 과정은 일부러 덫을 찾아가는 노루처럼 억지로 사건을 만들려는 것처럼 부자연스럽다.

 

더 큰 악의 무리와 연관된 폭발사고는 오히려 부패경찰 조필호의 목숨을 위협하게 된다.

여기에 거대 재벌이 부패한 검찰이 결탁하게 되고 조필호는 이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폭발사고의 증거를 갖고 있는 여고생 미나(전소니)를 찾게 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참으로 뜬금없다.

주인공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재벌과 검찰 등 가진 자와 권력의 결탁이라는 진부한 클리세를 동원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여기에 느닷없이 세월호를 끼워 넣는다.

 

어떤 동기나 단서가 결부될 때는 사건 전개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필요성과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세월호는 전혀 그렇지 못한다.

 

꼭 세월호에 얽힌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어도 이야기 전개나 사건 진행에 무리가 없다.

한마디로 이 작품 속에서 세월호는 그저 등장인물들과 관련된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 중요한 동기가 되지 못한다.

 

좋게 말하면 끼워넣기이고 극단적으로 나쁘게 말하면 세월호를 흥행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들을 소지가 충분하다.

물론 감독은 사회적 분노와 공감을 어떻게든 영화에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것이 꼭 이런 식의 액션영화에 장신구처럼 들어갈 필요가 있었는 지는 의문이다.

감독도 지나치게 세월호를 부각시키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미나가 친구를 그리워하며 세월호를 가상으로 건져 올리는 장면을 삭제했다.

 

블루레이에 들어있는 세월호 관련 삭제장면을 보면 이런 생각이 확연하게 든다.

여기에 액션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액션연출이 '아저씨'만큼 화려하지 않다.

 

이 감독은 이 작품이 액션이 아닌 인물들의 내면 변화를 다룬 드라마라고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그나마 액션을 빼면 남는게 없다.

따라서 감독의 주장과 상관없이 액션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 감독은 액션 또한 드라마에 초점을 맞춰서 일부러 화려하지 않은 투박한 액션을 연출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악수를 둔 셈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점은 캐스팅이다.

 

여주인공 미나를 연기한 전소니와 악당 역할의 박해준은 훌륭했으나 정작 주연인 이선균은 악질경찰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저씨'에서 잘 생긴 외모로 무뚝뚝한 연기를 펼쳤던 원빈이 깜짝 변신에 성공한 좋은 사례라면 이선균은 오히려 욕심을 부리다가 미스 캐스팅을 범한 사례가 돼버렸다.

 

이 감독도 "이선균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연기해도 기본적인 선함이 보인다"고 했듯이 그는 이 작품에서만큼은 모진 연기가 어울리지 않는다.

불량스러운 표정과 태도, 욕설을 내뱉는다고 위악적인 캐릭터가 되지는 않는다.

 

보는 사람에게 공감대를 얻고 설득하려면 뼈속 깊이 우러나오는 위악적인 요소가 보여야 한다.

이선균은 나약해 보일 정도로 기본적인 선함이 그러한 위악적 요소를 가린다.

 

그러다 보니 일부러 악당처럼 보이려고 위악적인 연기를 한다는 흔적이 너무 역력하다.

정작 악질경찰이어야 할 캐릭터, 즉 배우의 연기가 공감대를 얻지 못한 점이 엉성한 스토리와 더불어 이 영화의 가장 큰 패인이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말끔한 화질을 보여준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삭제장면, 대본 연습, 액션 연출과 감독 인터뷰 등이 들어 있다.

부록은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조필호라는 비리 경찰이 한 소녀를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다룬 이 작품은 세월호에 기댄 어설픈 액션극이다.
이 감독은 오래전부터 박해준을 눈여겨 보다가 이 작품에 악역으로 섭외했다.
인상을 쓰고 욕을 한다고 위악적인 캐릭터가 되지는 않는다. 이선균의 연기는 일부러 위악적으로 보이려는 듯 과장된 느낌이 강하다.
이 감독은 박해준이 연기한 악당의 범죄 장면 등을 폭력성을 부각하기 위해 모두 부감샷으로 담았다. 촬영은 '완벽한 타인'을 찍은 김성안이 맡았다.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은 조명이다. 장소에 따라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공들인 조명이 극적 효과를 강조했다.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빛 등 실제 공간처럼 보이는 미나의 아파트는 제작진이 만든 세트다.
세월호 이야기가 억지춘향 식으로 들어갔다. 세월호 관련 장면이나 설정을 모두 빼버려도 이야기 진행에 무리가 없다.
3D 프린터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사제 총기가 등장. 이 작품은 26만명이 관람해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다.
제작진은 태성그룹 본사 세트에 형광등 1,000개와 샹들리에를 설치하고 조명에 노란색 페인트를 칠해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로 기업의 이중성을 표현했다.
이 감독은 이 작품을 "사건이 사건을 낳고 감정과 정서가 주가 되는 범죄 드라마"라고 정의했다.
이 작품 속 액션은 '아저씨'와 결이 많이 다르다. 이 감독은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지만 캐릭터에 맞는 액션을 구사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영화 강의를 하는 이 감독은 제자의 단편영화에 나온 전소니를 보고 섭외했다. '죄많은 소녀'에도 나온 전소니는 한 번 거절했다가 나중에 배역을 맡았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악질경찰 (2Disc)
 
악질경찰 (1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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